[클래식, 그 장면]美에 살다, 도니체티 ‘사랑의 묘약’

by이정현 기자
2018.09.08 06:00:00

송창식 스타로 만든 아리아
아름다움 탐구한 도니체티 오페라 정수
14~15일 상암 수변무대서 무료 공연

영화 ‘쎄시봉’의 한장면. 송창식(조복래)과 윤형주(강하늘) 그리고 가상의 인물인 오근태(정우)가 노래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송창식’이 누구야?

남루한 차림의 사내가 음악감상실 쎄시봉에 왔다. 더벅머리에 월남에서 돌아온 듯한 행색으로 무대에 선 그는 마이크도 필요 없다고 했다. 관객의 비웃음은 노래가 흘러나오자 사라졌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다. 노래한 송창식(조복래)은 윤형주(강하늘)을 제치고 단숨에 쎄시봉의 정상에 섰다. 훗날 한국 포크음악계를 주름잡은 슈퍼스타의 탄생. 바로 2015년에 개봉한 ‘쎄시봉’의 한 장면이다. 7080 복고가 콘셉트인 이 영화에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유일한 아리아다. 가수 송창식은 실제로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부르며 쎄시봉에 데뷔해 이름을 날렸다.

△목소리의 아름다움을 탐구하다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19세기 이탈리아의 작곡가 가에타노 도니체티가 쓴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 가장 이름난 아리아다. 싸구려 포도주를 사랑의 묘약이라고 속아 산 농부 네모리노가 2막에서 부른다. 소심하고 서투르지만 사랑하는 여인 아디나를 향한 애끓는 감정을 담았다. 로시니, 벨리니와 함께 벨칸토 오페라 최고의 작곡가로 꼽히는 도니체티는 오페라는 노래하는 가수가 어떻게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는지를 탐구했다.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그 정수다. 도니체티는 한 달여 만에 ‘사랑의 묘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초연은 1832년 5월 밀라노 카노비아나 극장이다.



△야외서 듣는 사랑의 아리아

도밍고가 인정한 목소리가 도니체티의 정수를 노래한다. ‘오페랄리아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테너 김건우가 14일에 서울 상암월드컵공원 수변무대에서 공연하는 ‘사랑의 묘약’ 무대에 오른다. 마포아트센터가 주최하는 ‘2018 M-PAT 클래식 음악축제’의 주요 공연 중 하나다.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공연하는 게 특징이며 무료로 볼 수 있다. 대중성에 초점을 맞춰 각색했다. 세 시간에 가까운 오페라이나 90분으로 축약했다. 정선영 연출은 “진심 어린 마음으로 역경을 이기는 이야기를 아름다운 음악에 실어 관객에 선물하겠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

테너 김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