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국방개혁, 인사혁신에서 시작해야

by김관용 기자
2018.05.21 06:00:00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지난 11일 ‘국방개혁 2.0 계획안’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현재 430여명 수준인 장군 정원을 80여명 감축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정원의 20%에 가깝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러나 인력 감축만큼 중요한 것은 인사 시스템이다. 얼마만큼 공정한 인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조직의 역량이 결정된다. 어느 조직이든 혁신의 출발점에는 늘 ‘인사혁신’이 있었다. 지난 2016년 삼성전자가 ‘이재용 체제’로 바뀌면서 ‘스타트업 삼성 컬쳐 혁신’과 ‘인사 혁신안’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우리 군을 되돌아보자. 우리 군은 훌륭한 인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실무를 담당했던 이들은 어디에 내놓아도 훌륭한 인사제도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장교 심사기준은 지휘관이 매년 2회 실시하는 고가 평가(50%)를 중심으로 진급 시기 지휘관 추천(10%), 경력평가, 교육성적, 잠재역량, 상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얼핏 보아도 알 수 있듯 지휘관 평가가 결정적인 요소다. 지휘관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진급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이런 평가 방식이 군 조직의 특성상 절대적 복종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진급에 있어 상관의 결정권이 압도적이다 보니 맹목적 복종이 일상화 해 있다. 어떤 부대든 제왕적 지휘관의 일방통행만 존재한다. 지휘관의 결정이나 주장에 비판은 고사하고 건전한 의견 개진마저 주저하게 된다. 이런 구조에서는 부하들을 혹독하게 괴롭히면서도 상관에게는 입안의 혀처럼 행동하는 이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전문적 직무역량을 평가할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진급심사는 대부분 서류평가로 이루어진다. 교육성적은 변별력이 없다. 전문역량 평가는 상관의 직관적 판단에 따른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자신의 직무에 관련된 전문 역량이나 자질을 개발할 유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성과를 평가하기 어려운 군 조직의 특성도 작용한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비리나 실수가 탈락의 핑계가 된다. 여기서 ‘사고만 안 나면 된다’는 식의 무사안일주의가 싹트는 것이다.



국방개혁 2.0이 잘 싸우는 군대를 지향한다면, 유능한 조직을 만들 수 있는 인사혁신을 단행해야 한다. 그 시작은 ‘다면평가’의 도입이다. 상관뿐 아니라 동료나 부하들의 평가도 포함하자는 것이다. 부하가 어떻게 상관을 평가할 수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겠지만, 부하만큼 상관을 잘 아는 사람도 없다. 민간기업에서는 이미 옛날 이야기다.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교수를 평가한다. 군대라고 못할 리 없다. 노무현 정부 때 잠시 시행한 경험도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육군에서 ‘360도 다면평가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고무적인 상황이다.

다른 하나는 ‘심층면접’이다. 자신들이 수행해야 할 업무에 대한 전문적인 능력을 평가하는데 적격인 제도다. 깊이 있는 질문을 통해 지휘관이 갖추어야 할 지피지기의 판단력, 임기응변의 결단력, 신출귀몰의 창의력, 그리고 전술전략의 전문성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용맹하기만 하고 지략이 없었던 장비(張飛)나 책상 위 병법만 알았던 조괄(趙括)같은 장수를 걸러내는 것이 목표다. 민간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한 부분이다.

장성 진급심사에는 민간인이 참여하는 독립적인 ‘장성 인사위원회’ 구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군의 특성상 상부의 지시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 고위 장성의 승진에 상부 압력이나 인맥 논란이 그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간 주도의 인사위원회에서 장성 승진 심사를 맡고, 참모총장은 보직임명을 통해 군정권(軍政權)을 행사한다면 인사의 공정성과 명령체계의 위엄을 동시에 살릴 수 있지 않을까. 국방 문민화의 길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같은 민간조직에서 배워야 할 점은 인사를 핵심 전략의 관점에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공정성과 보상은 기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조직의 핵심가치와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인사가 곧 전략인 이유다. 국방개혁이 인사혁신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