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연장으로 국제유가 상승? 정유·화학·조선업계 기대감

by남궁민관 기자
2017.05.31 06:00:00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장관이자 오펙(OPEC) 회의 의장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기총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AP/뉴시스)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 생산량 감산 시한이 연장된 가운데 국내 정유·석유화학 및 조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국제유가의 완만한 상승 가능성에 무게추가 실리며 긍정적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OPEC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정기총회를 갖고 당초 올해 6월말까지였던 석유생산량 감축합의를 내년 3월말까지 9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결정 당일 추가 감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실망감에 국제유가는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중장기적으로 현재 배럴당 50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60달러까지 완만한 상승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연이어 흘러나오고 있다.

국제유가에 직접적 영향권인 국내 중후장대 업체들에게는 긍정적이다. 정유와 석유화학 업계는 마진 확대 측면에서 국제유가의 완만한 상승세가 호재로 평가된다. 당장 원유 가격의 상승은 원자재 가격 부담을 키울 수 있지만, 제품 가격의 동반 상승에 따라 수익성의 키를 쥐고 있는 마진이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감산에 따른 전세계 원유 재고 감소가 가시화할 경우 석유 및 화학 제품 수요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점 역시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에너지 투자전문회사 토토이즈 캐피탈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원유 재고는 지난 1분기 30억2600만배럴에서 오는 4분기 28억6400만배럴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업체들의 수익을 좌우하는 것은 정제마진이며, 국제유가의 등락은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감산으로 인해 원유 공급이 타이트해진 상황에서 재고 감소까지 가시화할 경우 제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수요확대가 이어질 수 있어 정제마진도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그동안 저유가로 인해 심각한 불황에 직면했던 만큼 이번 국제유가 상승을 위한 전세계적 움직임이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유가 상승은 원유생산 및 저장설비(FPSO) 해양플랜트뿐 아니라 원유를 운반하는 운반선의 발주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올들어 국제 유가 회복세, 동남아 정유공장의 신규 가동 등 석유거래가 늘면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발주량 역시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전세계 VLCC 발주량은 18척을 기록, 지난해 전체 14척을 넘어섰다. 조선해양 전문지 트레이드윈즈는 올해 VLCC 총 발주량이 30척을 넘어섰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OPEC의 감산 연장 결정이 국제유가 상승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전유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계절적 요인으로 산유국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지난 6개월간 감축에도 유가는 제자리 걸음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이번 2차 감산 이행률은 다소 부진할 것”이라며 “반면 미국은 여전히 생산량을 증대시킬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어 국제유가는 상반기와 유사한 45~55달러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