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로섬게임]④김영무 선주協 부회장 "추가자금 없이 해운 살릴 수 있다"

by성문재 기자
2016.03.11 06:00:00

정부 지원정책 큰 힘 못돼
선사에 되레 부담주기도
첫째, 부채 만기 1년 연장
둘째, 채무 출자전환 통해
이자 갚을 수 있도록 해줘야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이 서울 여의도 선주협회 집무실에서 한국 해운업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외화를 벌어들이는 규모로 볼 때 해운산업은 반도체, 유화, 철강, 자동차, 조선 다음가는 산업이다. 수출주도형인 우리 경제에 있어서 해운산업의 중요성은 너무나 자명하다. 우리 선사 없이 수출입 운송서비스를 해외 선사들한테 사들여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1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해운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최근 국내 대표 해운선사들이 겪고 있는 위기 상황에 대해 해법을 제시했다.

김 부회장은 “항만이나 조선, 철강, 금융 등 해운업과 전후방으로 연관된 산업 40여가지에 52만개의 일자리가 달려있다”며 “유사시에는 육군,해군,공군 다음의 제4군으로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할 안보산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해운이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의 최전방에 있다며 지원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해운 뒤에 조선이 있고, 조선 뒤에 철강과 기자재가 있다”며 “전세계 해운업황이 안 좋아지면서 철강과 조선업도 그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직접적인 고용효과 등은 해운업의 기여도가 낮아보이지만 그 너머에는 상호 연관된 산업이 다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정부가 잇따라 내놨던 지원정책은 정작 해운업계에 큰 힘이 되지 못했다. 일부 정책은 오히려 부메랑이 돼 지금의 해운업 위기를 초래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는 지난 2009년 배를 담보로 총 5000억원을 빌려주는 유동성 지원책을 선보였지만 당시 혜택을 본 업체는 한진해운(117930)이 유일했다. 그만큼 조건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 30여척을 담보로 3500억원을 빌렸던 한진해운도 높은 금리를 감당하기 어려워 페널티를 물고 조기상환한 바 있다.

2013년에는 회사채신속인수제도가 등장했지만 회사채 연장조건이 선사에 큰 부담을 준 탓에 오히려 회사를 더 힘들게 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예를 들어 1000억원 규모 회사채의 연장을 위해서는 원금의 20%인 200억원을 갚아야 했고 나머지 800억원에 대한 금리는 4~5%에서 10~12%로 두배 이상 높아지는 구조였다.



같은 해 해운업계를 돕기 위해 정책금융기관의 선박금융 및 해양플랜트 지원확대 조치도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덴마크 머스크 등 경쟁국 선사 지원에 109억달러가 사용됐고 우리 선사는 19억달러를 지원받는 데 그쳤다. 결국 외국 선사들이 좋은 금리조건으로 저가에 한국 조선소에서 최신 선박을 건조해 우리 선사들이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밀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김 부회장은 “최근 여러 조선업체들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국책은행이 신속하게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데 조선업체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는 해운에 대한 지원을 통해 신조선박을 발주하도록 유도해 해운과 조선을 동시에 살리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해운과 조선은 반드시 연결해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추가 자금을 쓰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해운업을 도울 수 있다”며 여러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수렴된 해법을 내놨다.

그가 제시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011200) 지원 방안은 크게 2가지다. 우선 당장 올해 도래하는 회사채의 만기를 1년 연장해주고 부채비율을 선박펀드 지원 조건인 400%까지 낮출 수 있도록 채무를 출자전환해주자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회사채 상환 연장은 올해 받을 돈을 내년에 받는 것이니 추가 자금이 들어가지 않는다”며 “출자전환은 예전 대우조선해양 경우와 마찬가지로 빌려준 돈을 주식으로 받아가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운사 생존 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채권을 100% 받기가 어렵다면 차라리 기회를 주고 회복시켜서 이자를 잘 갚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낫지 않나”고 반문했다.

정책당국과 금융권이 이처럼 통큰 결단을 내린다면 해운업계에는 즉각 단비가 내릴 가능성이 크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 해운시장에서 신용등급 등 신뢰도가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차입비용이 싸져 신규 차입을 통해 기존의 고금리 부채를 갚아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김영무 부회장은 “제조업의 경우 중국이 다 따라왔지만 해운 등 서비스업은 다르다. 해운산업은 전세계 어느 은행에서든 돈을 빌려오고 어느 조선사든 가서 배를 지을 수 있고 외국선원도 쓸 수 있다”며 “원가구조가 전세계 어디든 동일한 원(One)마켓인 만큼 우리나라의 탁월한 서비스 경쟁력을 앞세워 국가경제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