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경제號 이끄는 '똥파리 군단'

by김정남 기자
2016.01.22 06:00:00

새누리 강석훈-기재부 최상목 송언석 등 주목
통화당국 한은도 함준호 서영경 등 똥파리 파워
장하준도 82학번…"하준이 참 열심히 하던 친구"
연초 경제상황 엄중해 눈길…"사회중추 책임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아이고, 우리가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네.”

최상목 신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최근 인사차 국회를 찾았다. 최 차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의 사무실도 방문했다. 두 사람은 참 묘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둘은 서울대 82학번 동기이면서 친구다. 강 의원(경제학과)과 최 차관(법학과)은 과는 달랐지만, ‘경제’를 다루게 되면서 서로 잘 알고 지낸 사이다.

기재위 여당 간사와 기재부 제1차관은 실제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자리다. 둘은 “(연초부터 경제가 어려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번 잘해보자”고 각오를 다졌다.

서울대 82학번, 이른바 ‘똥파리’들이 우리사회 신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요동치는 한국경제를 이끌 중책을 맡아 더 주목받고 있다.

여권의 경제 브레인으로 통하는 강석훈 의원은 경제와 연관된 직책이 여러개다. 당 경제상황점검TF 단장을 맡고 있으며, 당 나눔경제특위도 그의 몫이다. 세금 법안을 확정하는 국회 조세소위원장이기도 하다.

최상목 차관은 최근 관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사다. 그는 이미 정부 내에서 ‘엘리트’로 통했다. 경제정책과 금융시장 쪽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송언석 기재부 제2차관(법학과)과는 과 동기다. 학창 시절 ‘법경제학회’에서 함께 활동했다. 1985년 공직까지 동시에 입문(행시 29회)했고, 이제 전환기의 한국경제를 함께 짊어지게 됐다.



기재부 내 82학번 인사는 이들 뿐만 아니다. 청와대행(行)이 유력한 김철주 기획조정실장 외에 송인창 국제금융정책국장도 경제학과 동기다.

통화당국인 한은도 ‘똥파리 파워’가 강하다. 함준호 금융통화위원(영어영문학과)이 대표적이다. 함 위원은 “학부 때는 영문학을 하다 석·박사 때 경제학을 했다”고 한다. 오는 4월 한은의 외부 출신 금통위원 5명 중 4명의 임기가 끝나는데, 함 위원만 그대로 남는다. 연세대 교수 출신인 그는 역시 학자였던 강 의원(성신여대 교수)과 각종 학회 등에서 교류하곤 했다.

서영경 부총재보(경제학과)도 눈에 띈다. 서 부총재보는 한은의 최연소·최초 여성 간부다. 게다가 한은 내 핵심부서인 조사국 경제통계국 등을 맡고 있다.

각종 회의에서 부딪치는 게 다반사다. 강 의원은 사석에서 “여기 가면 혜훈이(이혜훈 새누리당 전 최고위원)가 있고 이 회의에 가면 언석이(송언석 차관)가 있고 또 저 회의에 가면 영경이(서영경 부총재보)가 있더라”고 웃으며 말한다.

이밖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경제학과)도 있다. 신자유주의 비판 등으로 명성을 쌓으며 대중적 인지도도 높은 그에게 정치권 등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경제학과 동기였던 한 경제계 인사는 “하준이는 학교 다닐 때 참 열심히 하는 친구였다”면서도 “그런데 이렇게까지 될 줄을 몰랐다”고 했다.

현재 우리경제의 ‘얼굴’은 70년대 학번 인사들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이주열 한은 총재 등이다. 하지만 사실상 실무를 총괄하는 핵심은 5~10년 터울 아래의 똥파리 몫인 셈이다.

82학번이 한꺼번에 요직을 차지한 건 그 인원수가 많았던 것과 무관치 않다. 81학번 당시 본고사 폐지와 졸업정원제 등 입시제도가 바뀌어 서울대는 초유의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82학번 때 졸업정원의 130%를 뽑았던 이유다. 개성 강한 아이들이 몰려다니고, ‘82’ 숫자 발음과 비슷한 까닭에 이들은 새내기 때부터 똥파리였다.

한 인사는 “학교 다닐 때도 81학번 선배들이 (동기들 많다고) 뭐라고 그랬는데 지금도 (다 요직에 있다고) 그런다”며 농담조로 말하면서도 “(사회의 중추가 됐다는) 책임감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