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아진 건설사..'배짱 분양 마케팅' 도 넘었다
by정수영 기자
2015.06.03 06:00:00
분양시장 호조세 이어지자 계약금 올려
유료옵션·발코니 확장비 ↑
"마케팅 비용 줄이자" 깜깜이 분양도 늘어
| △최근 청약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위례신도시 ‘우남역 푸르지오’ 모델하우스 앞으로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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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수영 김성훈 기자] “예전엔 분양가 할인 혜택이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추가 비용이 늘어나 총 분양가는 시세보다 높은 경우가 많아요. 그만큼 웃돈(프리미엄)을 수분양자가 아닌 건설사가 챙겨가는 겁니다.”
동탄2신도시가 위치한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J공인 K대표. 동탄1신도시 분양 때인 2000년대 중반부터 10년 넘게 이곳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다는 그는 “요즘 부동산시장은 건설사가 최고의 갑”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분양시장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의 ‘배짱 마케팅’이 도를 넘고 있다. 많아야 10% 또는 정액제가 일반적이던 계약금을 20%까지 올리는가 하면 유료 옵션품목 확대 및 발코니 비용 증액 등을 통해 분양가를 은근쓸쩍 높이고 있다. 일부 단지는 마케팅 비용 절감 등을 위해 홍보를 전혀 하지 않고 분양에 나서는 이른바 ‘깜깜이 분양’ 전략을 구사해 주택 수요자들의 청약 기회를 박탈한다는 비난도 사고 있다.
“계약금이 20%라 당첨되자마자 청약통장 팔아버리는 사람이 쏟아질 겁니다. 1억원씩이나 되는 계약금을 한 번에 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3000만원 정도 받고 빠지는 거죠.”
위례신도시에 공급하는 ‘우남역 푸르지오’ 아파트 모델하우스 인근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의 얘기다. 연초부터 청약 문의가 쇄도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보니 사업자인 대우건설은 계약금을 전체 분양가의 20%로 책정했다. 이곳뿐 아니라 동탄2신도시, 하남 미사지구 등 최근 인기 단지들이 계약금을 올리는 추세다.
최근 나온 아파트들은 발코니 확장비도 꾀 비싼 편이다. 위례신도시의 경우 지난해부터 나온 단지들의 발코니 확장비가 총 1300만~1800만원 선(전용면적 84㎡기준)으로 제각각이다. 확장비도 2013년 공급된 위례엠코타운플로리체가 12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탄2신도시도 발코니 확장비가 1500만~1900만원 선으로 상당이 높아졌다. 보통 전용면적 84㎡ 형 기준 1000만~1300만원(평균 25㎡ 확장)인 것과 비교하면 이 지역들은 훨씬 높게 책정한 셈이다. 지난해 공급된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경우 1000만원이 채 안됐고, 2012년 경기도 고양시 지역에 공급된 아파트들도 84㎡형이 평균 1000만원 안팎이었다.
과도한 옵션품목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우남역 푸르지오’ 아파트의 경우 발코니 확장시 드레스룸 설치 비용을 따로 받는다. 그동안은 발코니 확장 때 드레스룸은 무료로 설치해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최근 나온 아파트들은 옵션품목도 많아지는 추세다.
청약 열기가 높자 아예 깜깜이 분양을 시도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우남역 푸르지오도 깜깜이 분양을 진행한 단지다. 연초부터 대기 수요자가 많아 따로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조기 완판이 예상돼서다. 그러다보니 일부에선 불평이 나오고 있다.
모델하우스를 찾은 임모(41·주부)씨는 “다른 곳은 발코니 확장하면 무료로 해주는 드레스룸 같은 것을 여기는 옵션품목에 넣어 돈을 받고 있다”며 “인기가 높아서인지 내부 설계도 너무 신경을 안 쓴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앞서 지난 4월 선보인 ‘양주신도시 푸르지오’도 깜깜이 분양 방식으로 공급됐다. 분양을 하는지 알 수 없을 만큼 홍보를 안해 1~2순위 내 청약자가 465가구 모집에 13명이 전부일 정도였다. 그런데도 현재 계약률은 80%에 육박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사전예약률이 80% 이상 나와 마케팅을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배짱 마케팅은 대우건설만이 아니다. 포스코건설도 ‘북한산더샵’과 ‘구리더샵그린포레’ 아파트 등에서 깜깜이 분양을 진행했다. 청약자들보다 사전예약자들을 우선 순위에 뒀던 것이다. 청약 예정자들은 모델하우스가 언제 개관했는지, 청약 일정이 언제인지 알 수 없어 청약 기회를 놓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시흥 배곧신도시에선 청약 이후 모델하우스를 개관하는 곳이 나왔을 정도다.
분양시장에서 갑인 건설사로부터 분양권을 넘겨 받은 이들은 ‘제2의 갑’으로 등극한다. 웃돈이 계속 붙는데도 매수자가 넘치자 이들은 분양권 양도소득세를 매수자에게 떠넘기고, 다운계약서(실제 거래 가격보다 낮게 신고하는 계약서) 작성을 강요하고 있다. 최근 인기가 높은 공공택지지구와 청약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부산·대구 등지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건설사와 분양권 보유자인 투기꾼들의 ‘갑질’로 인한 최종 피해는 마지막 매수자가 입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실수요자들은 깜깜이 분양으로 청약 기회가 줄어들고, 높은 분양가로 내집 마련 비용이 늘어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자칫 거품 낀 분양권을 살 경우 입주 시점에 가격이 떨어져 피해를 볼 수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분양시장이 과열될 수록 분양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건설사들의 마케팅 강도 역시 세질 것”이라며 “내집 마련 수요자들은 아파트 청약에 앞서 분양가격이 적정한 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