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우크라 해법 합의불발..연방제 도입 `이견`

by이정훈 기자
2014.03.31 08:00:13

케리-라브로프, 네시간 회동에도 합의 도출못해
러, 연방제-비동맹 개헌 등 요구..우크라 강력반발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우크라이나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미국과 러시아 외무장관 회동이 별다른 성과없이 마무리됐다.

양측이 외교적 노력을 앞으로도 지속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지역 자치권을 대폭 인정하는 연방제와 비(非)동맹 원칙을 골자로 한 개헌을 요구하고 있어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존 케리(왼쪽)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오른쪽) 러시아 외무장관이 파리주재 러시아 영사관에 들어서고 있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전날밤 비행기로 이동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밤 프랑스 파리 주재 러시아 영사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전격 회동을 가졌다.

이는 지난 2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상으로 우크라이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외교장관 회담을 갖기로 합의한지 하루만에 이뤄진 만남이었다. 회의는 밤늦은 시간까지 4시간 이상 이어졌다.

그러나 케리 장관은 회동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크림반도에서의 러시아측의 행동이 불법이라는 점을 재차 분명히 했다”며 “양측은 우크라이나 안팎에서의 안보와 정치적 상황을 완화하는 방식들을 서로 제안했다”고 말해 상호간의 요구 조건만 전달했음을 시사했다.

또 “양측이 입장 차이를 보였지만 외교적 해법을 찾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회동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러시아군의 무장해제와 철수, 소수인종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 감시단 파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직접 대화창구 마련, 우크라이나의 정치, 헌법 개혁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브로프 장관 역시 “양국 간에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면서도 “미국과 러시아는 사태 해결을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와 공조하면서 건설적인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우크라이나의 개혁을 위해서는 연방제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지역 자치권을 대폭 인정하는 연방제와 러시아와 서방 어느 블록에도 속하지 않는 비동맹 원칙을 골자로 한 개헌을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라브로프 장관은 케리 장관과의 회담 직전 방영된 제1채널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 “현 우크라이나 집권 세력에 다양한 정치 세력과 지역 대표들이 모두 참여하는 대화를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면서 “이 같은 대화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연방제와 비동맹 원칙을 핵심으로 한 헌법을 제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서방에는 러시아와 미국, 유럽연합(EU) 대표 등이 모두 참여하는 우크라이나 지원 그룹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만난 안드레이 데쉬차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연방제가 국가 체제 원칙에 어긋난다며 러시아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아울러 데쉬차는 러시아어를 우크라이나의 제2 공식어로 지정하라는 러시아 측의 제안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연방제 채택을 통해 지역의 자치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채택하지 않고 러시아어나 러시아계 주민들을 무시하는 정책을 계속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추진하는 정국 안정을 위한 개헌 노력은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데쉬차 장관은 “연방제와 러시아어의 제2 공식어, 국민투표 등의 제안은 러시아의 침략의도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라브로프 장관의 제안에 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