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민화 기자
2013.06.26 08:11:00
[이데일리 e뉴스 김민화 기자] 아르바이트(이하 `알바`)에 대한 환상일까? 아님 착각일까? 알바 첫 출근 전, 누구나 업무나 분위기에 대한 기대가 있기 마련이다.
PC방 알바는 게임 맘대로? 커피 전문점에선 직접 내린 커피를? 막연한 기대감으로 출근했지만 알바를 시작해보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를 수도 있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인이 이런 `반전 알바` 사례를 공개했다.
알바생이 커피를 만들 수도, 마음대로 마실 수도 없도록 매장규칙을 정해놓는 일부 커피전문점도 있다. 대학생 A양은 워낙 커피를 좋아해 유명 커피전문점 알바에 합격한 후 한껏 들떠있었다. 알바하면서 커피도 마시고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업무를 시작한 첫날, 점장은 ‘커피는 직원들이 만들기 때문에 알바생은 청소나 기타 잡무를 담당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다양한 커피를 마셔보고 싶었던 A양은 매장 규칙 상 ‘커피는 하루에 한잔만 마실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더욱 침울해졌다. 실제 업무나 분위기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던 것. 커피전문점 경력을 쌓길 원했던 A양은 결국 얼마 못 가 그만두고 말았다.
평소 누구보다 게임을 사랑하던 B군은 게임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는 방법으로 PC방 알바를 시작하게 되었다. 늘 가던 PC방에서 알바생이 게임하던 모습이 용기를 준 것이다. 하지만 B군의 기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막상 시작해보니 손님들은 ‘PC가 고장났다, 음료수 달라, 재떨이 달라’ 등 요구사항이 많아 앉아있을 새가 없던 것. 또 PC방이 학교 근처에 위치해 있어 어린 학생 손님으로 늘 문전성시를 이뤄 한가할 틈이 없었다. 이렇게 일이 바쁘다 보니 사장님도 알바생이 게임하는 걸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사장님과 매장 분위기에 따라 다르지만 이렇듯 몇몇 PC방에서는 알바생이 게임을 하지 않길 암묵적으로 바라는 경우도 있다.
패스트푸드점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흔히 패스트푸드점 알바는 햄버거 제조, 주문 받기 등을 한다고 알고 있지만 처음부터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난 겨울방학, C양도 방학 기간을 활용해 패스트푸드점 알바를 시작했지만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이 많았다. C양은 청소, 설거지, 햄버거 포장 등 잔업무를 맡게 되었다. 처음에는 다 이렇게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몇 달간 맡은 업무에 충실했지만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2달 방학동안 결국 주문이나 햄버거 만드는 업무는 못하고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패스트푸드점 알바는 매장에서 규정한 몇 개월 동안은 단순한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방학을 활용해 알바를 하는 학생들은 주업무를 배워보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D군은 공부하면서 할 수 있는 알바를 찾던 중 독서실 알바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집 근처 독서실에서 알바를 시작한 D군은 매일 8시간씩 근무를 하며 공부와 알바를 병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오롯이 공부에만 투자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공부를 하면서도 신규등록을 원하는 학생이 찾아오면 상담도 해줘야 하고, 독서실 온도나 다른 사람의 방해 때문에 나오는 불만도 해결해줘야 하며, 복도에서 떠들거나 자주 들락날락 거리는 학생들은 자제시키는 등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았다. 특히 학생들이 몰리는 시험기간에는 책을 펴놓아도 볼 수가 없었다. 독서실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학교 근처에 위치해 있거나 사장님이 알바생에게 거의 모든 업무를 맡긴 경우에는 신경 쓸 일이 많아 D군처럼 오히려 공부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알바생들의 경험담이다.
알바인의 김형선 이사는 “막상 시작해보니 예상과는 다른 알바 업무로 인해 그만두는 알바생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고용주는 알바생 채용 전 업무에 대해 상세히 고지해주고, 알바생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인지 충분히 생각한 후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