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기제품 도용 혐의받는 대기업과 공기관

by논설 위원
2013.04.18 07:00:00

최근 중소기업 제품을 대기업이나 공기관이 뒤늦게 나서 가로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중소기업들의 의욕을 좌절시키는 일로 좌시할 수 없는 일이다.

침구의 먼지나 세균을 제거해주는 침구청소기의 경우 2년전 LG전자에 이어 얼마전 삼성전자가 제품을 출시했다. 이에 따라 침구 청소기는 지난 2007년 처음 제품을 출시한 ‘부강샘스’란 중소기업과 양대 가전업체 등의 3파전 시장이 됐다.

부강샘스측은 기술력의 우위를 주장하고 있어 다행이기는 하나 뒤늦게 나온 대기업 제품들은 부강샘스의 제품과 기능이나 모양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특정 제품을 대기업이 만들지 말라는 규제는 없다. 또 여러 기업들이 나서 경쟁하면서 시장이 확대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침구청소기의 경우 중소기업이 애써 일궈 놓은 틈새시장을 대기업들이 나중에 진출해 빼앗는다면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 국내 대기업들은 틈새시장에 미리 진출하지 않고 기다려 중소기업이 개척하면 그때서야 나서 시장을 차지하는 수법을 써왔다.



미국 기업들이 시장 선두 벤처기업들을 인정해 높은 가격에 사들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구글은 자체 안에 구글 비디오(Google Video)라는 서비스가 있지만 직원 67명의 유튜브란 작은 회사를 무려 1조6000억원을 주고 인수했다. 페이스북은 직원 13명의 인스타그램을 12억달러에 사들였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한국에서는 직원당 얼마 주고 사람을 빼오거나 신생 기업 무너뜨리기는 문제도 아닌 것과 미국의 사례는 비교가 된다”고 말했다.

더욱 한심한 것은 공기관 조차 아이디어 도용 혐의로 비판받는 점이다.최근 현오석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벤처 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어느 카이스트 재학생은 자신의 사업아이디어가 도용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학부모들이 스마트폰으로 자녀의 가정통신문과 알림장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작년 5월 서울시 교육청에 시연을 했다. 7개월후 서울시 교육청은 외주업체를 통해 똑같은 기능의 앱을 만들어 학교에 배포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기업들이나 공기관의 사업아이디어 도용 사례를 정확히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의 아이디어와 제품을 제대로 보호해주어야 ‘동반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