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브리핑]"왜 주식투자하세요?"

by안준형 기자
2012.01.04 08:15:12

[이데일리 안준형 기자] 2010년 12월. 연말 송년회 자리에서 모 대기업 임원을 만났다. 스파클링 와인 한잔하는 가벼운 자리. 이런저런 사는 얘기에 틈틈이 농담이 끼어드는 식이었다. 와인이 서너 잔 돌고 대화는 주식으로 흘렀다.

"주식하지요. 그런데 판 적은 없습니다." 주식투자 하느냐고 물었더니, 이 임원이 한 답이었다. 그것도 "단 한 종목만 샀다"며 여유롭게 웃었다. 술이 확 깼다. 그럼 결과는 뻔했다. 상장폐지로 휴짓조각이 됐거나, 대박이 터졌거나. 기다릴 것도 없었다. 몇 년간 사기만 했다는 그 주식이 어딘지 대놓고 물었다.

삼성전자. 바로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몇 년간 삼성전자를 사기만 한 사람이었다. 30만원할 때도 샀고, 40만원할 때도 샀고, 50만원할 때도 사기만했단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100만원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이야기는 수순대로 흘렀다. 얼마나 샀느냐고 물었다. 그는 많지는 않다며, 웃어 넘겼다. 이유가 궁금했다. 일찌감치 삼성전자를 골라 사고, 주식을 단 한번도 팔지 않고 모은 투자 혜안을 기대했다. 하지만 대답은 예상을 살짝 빗겨갔다.

그가 주식을 단 한 번도 팔지 않은 이유는 그의 아들이었다. 이 주식은 그의 아들이 대학가서 쓸 밑천이었다. 그러니 팔 수가 없었다. 최근에 아들이 대학에 입학했고, 나중에 해외연수나 결혼 자금 등 목돈이 필요할 때 주식을 처음으로 팔겠다고 했다. 스파클링 와인처럼 톡 쏘는 말이었다.

이게 `투자 철학` 아닌가 싶기도 했다. 왜 투자를 하는가? 이 질문에 대부분의 투자자는 스스럼없이 돈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그 다음 질문이 이어지면 말문이 막힌다. 정작 번 돈을 어디에 쓸건지에 대해선 본인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당장 몇 %의 수익률에 울고 웃으며, 짧은 시간에 주식을 사고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