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④`비올 때 우산`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

by경제부 기자
2011.12.06 09:20:00

조규환 한국은행 금융안정분석국 과장

[이데일리 경제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은 은행의 경기순응적 영업행위를 비난했다. 경기순응적 영업행위란 호황기에 은행이 대출을 확대해 경기상승을 부추겼다가 위기에 대출을 줄여 불황을 더욱 깊게 하는 것으로, 소위 `해날 때 우산 빌려줬다가 비올 때 우산 뺏어가는` 금융기관의 행태를 의미한다.

위기가 발생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신용팽창기에 과도한 대출을 실행한 은행은 경기하락시 급속히 대출을 회수해 실물경기 악화를 증폭시킨다. 또 실물경기의 하락은 다시 은행부문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부정적인 연쇄효과(feedback)를 일으킨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자는 취지에서 금융안정위원회(FSB)와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은행의 경기순응적 영업행태를 규제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를 마련했다.



경기 호황기에 은행들로 하여금 최저 규제자본 이상의 자본을 추가 적립토록 해 과도한 신용팽창을 억제하고, 불황기에는 축적된 자본을 대출재원 등으로 사용토록 유도해 급격한 신용위축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이솝 우화의 `개미와 배짱이` 사례처럼 여유가 있을 때 자본을 축적해 위기 때 활용하자는 것이다.

작년 12월 국제사회는 BCBS가 마련한 제도의 큰 틀에 합의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은 최저 규제자본(총자본 기준 위험가중자산의 10.5%)에다 추가로 부과되는데, 시스템리스크의 축적 정도에 따라 위험가중자산의 0~2.5% 범위 내에서 적립된다. 필요한 수준의 완충 자본을 적립하지 못한 은행은 배당 제한 등 이익 배분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번 제도는 2016년부터 2018년말까지 단계적인 이행 기간을 거쳐 2019년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제도의 국제적인 기본 틀은 마련됐으나 각국별 세부 시행방안은 각자의 사정을 감안해 결정하도록 위임된 상태다. 즉 각국은 제도를 운영할 당국을 선정해야 하며, 선정된 당국은 자국 내에 과도한 신용팽창이 발생하고 있는지 판단하고 신용팽창이 시스템리스크의 축적으로 연계되고 있는지를 평가해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효과적인 제도 도입·운용을 위해서는 해결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통화정책과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가 서로 상충되지 않는 방향으로 운용돼야 하는데, 신용 상황과 시스템리스크 축적 여부에 대해 정확한 판단 능력을 갖춰야 하는 운영 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가 시행되면 결과적으로 은행들의 자본 부담이 증가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 은행들의 자본적립수준을 고려할 때 국제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을 충족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제 최저 기준을 상회하는 추가 자본적립 요구 가능성, 건전성 제고를 위한 은행간 경쟁, 국제금융환경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 등을 감안한다면 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