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출신, 美 헤지펀드업계 장악

by김현동 기자
2005.02.04 07:50:01

골드만삭스 출신 헤지펀드 자산만 1천억달러
로버트 루빈 문하생이 대부분
일부는 5억달러 이상 벌기도

[edaily 김현동기자] `월가에서 성공하려면 골드만삭스를 거쳐야 한다`는 말이 월가의 `원더 키드`로 떠오르고 있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한때 모기지담보부채권(MBS) 시장에서 살로먼 스미스 바니 출신이 각광받던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헤지펀드 업계에서 골드만 삭스 출신이 아성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먼저 성공적인 대형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대부분이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또 이중 상당수는 골드만삭스 공동회장과 재무장관을 거쳐 씨티그룹 회장이 된 로버트 루빈의 문하생들로 이뤄져 있다. 골드만삭스 출신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월가에서 가장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골드만삭스 출신이 만든 헤지펀드가 끌어모은 펀드 자산만 1000억달러에 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자산 1000억달러면 현재 1조달러인 헤지펀드 총자산의 10%에 달하는 액수다. 이들 `원더 키드`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대부분 로버트 루빈의 리스크 차익거래(risk arbitrage) 데스크에서 성장했다. 루빈은 예전에 리스크 차익거래에 관심이 있다면 헤지펀드를 할 소질이 있다면서 "리스크 차익거래는 본성상 기업 비즈니스다"고 말한 바 있다. 리스크 차익거래란 인수합병(M&A) 대상 기업을 대상으로 시세 차익을 극대화화는 전략을 말한다. 골드만삭스는 수익의 대부분을 공격적인 매매를 통해 벌어들이고 있다. 헤지펀드 투자도 부자나 연기금 또는 수십만달러를 가진 일부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서 공격적인 투자를 한다는 면에서 골드만삭스의 이런 성향과 다르지 않다.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가장 최근에 `원더 키드`에 들어온 인물이 이제 35살인 디나카 싱(Dinakar Singh). 지난해 7월 골드만삭스를 그만 둔 싱이 지난 1일 만든 TPG 액슨에는 28억달러가 들어왔다. 싱은 루빈의 직계 제자는 아니지만 리스크 차익거래 팀을 거쳤다. 펀드의 초기 자금원에는 싱의 파트너로 기업차입인수(LBO)를 전문으로 하는 텍사스 퍼시픽그룹도 있지만, 많은 전현직 골드만삭스 출신들이 싱의 펀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싱은 펀드 투자자들이 누구인지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친구같은 사람들"인 옛 동료들의 지원에 감사한다고 말해 골드만삭스 출신들이 투자했다는 점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펀드 출발 시점에 3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 헤지펀드 역사상 출발시점에 가장 많은 돈을 끌어당긴 37살의 에릭 민드쉬(Eric Mindich)도 역시 골드만삭스 출신. 골드만삭스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인 27살에 파트너가 된 민디쉬는 루빈과 함께 일했고 이제는 루빈이 투자한 돈을 운용하고 있다. 민디쉬가 세운 에톤 파크(Eton Park)가 굴리고 있는 130억달러 중 3억달러가 골드만삭스의 투자금이다. 골드만삭스에서 130억달러를 운용하고 있는 조지 워커는 "존경받는 기관에서 운용에 성공했던 매니저라면 분명히 긍정적"이라면서 "펀드매니저를 평가할 때 골드만삭스 출신이라고 하면 분명히 가산점이 주어진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에서 채권, 통화, 상품 거래를 했던 자콥 골드필드도 현재 자신의 헤지펀드 자금을 모집중이다. 골드필드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골드필드가 최근에 조지 소로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일했다고 말했다. 골드필드는 이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스티븐 만디스의 채권 트레이딩 팀원들은 5억달러 규모의 헤지펀드인 할시온자산운용에 참가했다. 이들은 자본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채권과 파산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의 채권에 투자할 계획이다. 트레몬트 캐피탈운용의 회장으로 90억달러의 연기금 자금을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배리 콜빈은 "골드만삭스 출신이라고 하면 이미 성공을 보장받은 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당장 이들은 큰 돈을 벌었다. 월간 `기관투자가`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에서 정크본드 트레이더를 했던 데이브 테퍼는 지난 2003년에 헤지펀드 운용으로 5억1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역시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시어스와 K마트 합병을 배후에서 이끈 에드워드 램퍼트는 4억2000만달러를 챙겼다. 램퍼트도 루빈과 함께 일한 인물이다. 민디쉬와 싱외에 오크-지프(Och-Ziff)운용의 다니엘 오크, 페리 파트너스에서 105억달러를 운용하는 리차드 페리, 125억달러를 책임지고 운용하는 파랄론(Farallon) 캐피탈의 토마스 스테이어 등도 모두 골드만삭스 동창들이다. 싱을 제외하고는 모두 루빈 밑에서 일했던 인물들이다. 루빈은 현재 파랄론 캐피탈의 고문을 맡고 있기도 하다. 골드만삭스에서 트레이더를 했던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골드만삭스는 매우 경쟁력있는 곳"이라면서 "거기서 성공하게 되면 다른 곳에서도 역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거론된 인물들 외에 아팔루사(Appaloosa)의 테퍼와 15억달러의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조나탄 콜라취도 골드만삭스의 채권트레이더 출신으로 성공한 헤지펀드 매니저이다. 또 다른 채권 트레이더인 에드워드 뮬레와 로버트 오세이는 지난 2002년 2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만들었다. 골드만삭스 출신들의 자산운용업 진출도 활발하다. 가장 성공한 사람 중 한 명이 글렌 퍼만으로, 사모펀드(PEF)와 부동산투자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현재 그는 델 컴퓨터 창업자인 마이클 델을 위해 100억달러 이상의 돈을 공동 운용하고 있다. 재능있는 트레이더들이 골드만삭스를 떠나면서 골드만삭스는 회사를 그만두는 트레이더들을 잡으려면 그만큼의 좋은 조건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는 트레이딩 수수료와 관련 사업으로 수백만 달러를 발생시키는 공격적인 트레이더들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헤지펀드 관련 사업으로 10억달러 이상을 벌었다. 게리 콘 골드만삭스 주식부문 공동 대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조건을 제시받고서 이직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들이 매우 중요한 고객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가 기업 인수합병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골드만삭스의 투자은행 사업부문도 덩달아 이득을 얻고 있다. 심지어는 가장 낮은 직급의 골드만삭스 직원도 예전 골드만삭스 출신들로부터 이익을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기업연금(401K) 계획에는 골드만삭스 출신이 운용하는 헤지펀드인 레온 쿠퍼스만의 오메가 투자자문과 오크-지프가 들어가 있다. 트레몬트의 콜빈 회장은 "골드만삭스 출신이 만든 새로운 펀드에 대한 투자여부를 고려할 때는 골드만삭스 출신의 다른 펀드매니저에게 물어보곤 한다"며 "이렇게 물어보다보면 어느새 다수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