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5.01.09 05:00:00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와 경찰의 2차 체포 영장 집행을 앞두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일대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공수처가 “마지막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목적을 달성하겠다”(오동운 공수처장)고 공언하고, 경찰도 “반드시 체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경호처는 물러서지 않을 태세이기 때문이다. 경찰과 경호처 및 경호처에 파견된 군은 모두 대규모 병력과 중화기·장갑차를 동원할 수 있다. 충돌이 빚어지면 공성전을 방불케 할 무력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국가기관 간의 충돌로 선진민주주의 국가 한국이 단숨에 내전 상태의 정치후진국 수준으로 추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수처와 경찰, 관저 일대는 물론 정치권에서 들리는 소식은 온통 국민을 절망시키는 것들뿐이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소속 특공대 30여 명의 투입을 검토 중이며 필요시 기동대 2700여명까지 동원할 태세다. 경호처가 모든 요원을 투입해 인간 방벽을 쌓을 경우에 대비해 헬기로 특공대를 공수할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이에 맞선 경호처는 관저 구역을 차 벽과 철조망 등으로 겹겹이 둘러싸고 드론 무력화 기능을 갖춘 차량도 곳곳에 배치했다. 대통령 신변 보호와 공권력 수호의 최정예부대가 제각기 일전불사의 각오로 법치 국가의 자존심을 팽개친 격이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 의원들은 “가슴에 총을 맞더라도 체포하라”(이성윤 의원)“국민의힘 의원들이 방해하면 현행범으로 체포하라”(김용민 의원)는 말까지 쏟아냈다. 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는 윤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수사관, 경찰에게 죽기를 각오하고 나서라는 등 섬뜩한 막말을 의원들이라고 마구 해도 되는 것인가.
공수처가 3일 1차 체포 영장 집행에 나섰다가 경호처와 5시간 반 동안 대치하는 동안 벌어진 사태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수출 대국, 문화 선진국으로 부러움을 샀던 한국의 이미지와 국격이 얼마나 망가졌을지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더 큰 무력 충돌이 빚어진다면 한국은 화약고 같은 나라로 비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 사이에선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3%까지 낮춰잡은 곳이 나왔다지만 대외신인도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까지 추락할 수 있다. 막장 정치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