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디지털 헬스케어 시대 노년기 정신건강 관리
by최은영 기자
2024.09.27 05:00:00
[최희정 웰에이징연구소 대표] 초고령사회에서 노인의 정신 건강은 점점 더 중요한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 노년기에는 신체적 변화와 더불어 사회적 고립, 정신 건강 서비스 접근성의 제약, 만성질환으로 인한 우울증 등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웨어러블 기기 등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점차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노인의 정신 건강에 기여하는 첫 번째는 사회적 고립 극복이다.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독거노인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2024년 기준 65세 이상 독거노인이 약 197만 가구에 이른다. 이로 인해 많은 노인이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며 우울증과 같은 정신 건강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통신사는 ‘행복커넥트’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AI 스피커를 통해 사용자와 소통하고 응급 상황에 대응하며 노인이 정서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노인은 이동하지 않고도 전문가와 소통하며 정서적 교류를 지속할 수 있다.
두 번째,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의 향상이다. 많은 노인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겪지만 신체적 제약이나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낙인 때문에 쉽게 치료받기 어려워한다. 2021년 한국노인정신건강학회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35%가 정신건강 문제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온라인 상담과 원격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인드카페’는 AI 기반 상담 서비스로 노인들도 익명으로 상담받을 수 있으며 2023년 기준으로 사용자가 150만 명에 이르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개인뿐 아니라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을 제공해 노인들의 정신건강 관리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세 번째, 인지건강 관리다.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은 치매와 알츠하이머 같은 인지 장애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두뇌 훈련 애플리케이션(앱)이나 AI 기반 인지 평가 도구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스마트 기기와 결합한 AI 기반 인지 훈련 프로그램은 노인의 인지 건강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면 패턴, 신체 활동, 심박 수 등을 추적하며 인지 저하를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갤럭시, 핏비트(Fitbit), 애플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수면의 질이 저하될 경우 사용자는 알림을 받아 자신의 건강 상태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네 번째, 돌봄 제공자를 위한 지원이다. 노인의 정신 건강 문제는 돌봄 제공자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 장기적인 돌봄 과정에서 돌봄 제공자는 쉽게 소진되기 때문에 이를 예방할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의 ‘AI 돌봄 서비스’는 AI 스피커를 통해 노인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며 응급 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게 도와줘 돌봄 제공자의 부담을 덜어준다. 한편 미국의 ‘케어웰’(Carewell) 플랫폼은 돌봄 제공자에게 유용한 정보와 자원을 제공하며 심리적 지원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케어웰은 패밀리 케어기버 얼라이언스(Family Caregiver Alliance) 및 내셔널 얼라이언스 온 멘탈 일니스(National Alliance on Mental Illness·NAMI)와 같은 외부 정신 건강 자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 돌봄 제공자들이 상담, 웰빙 프로그램, 위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돕고 있다. 이를 통해 돌봄 제공자는 자신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으며 이는 심리적 소진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의 정신 건강을 지원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사회적 고립의 해소,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 강화, 인지건강 관리, 돌봄 제공자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긍정적인 효과가 두드러진다. AI와 웨어러블 기기 같은 기술들은 노인에게 보다 개인화한 정신 건강 관리를 제공하고 예방적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변화는 노인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과 사회 전체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