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꿈꾸는 K-관광 혁신의 산실…'관광벤처사업 공모전'

by김명상 기자
2024.06.21 06:00:00

혁신적인 아이디어 갖춘 기업 발굴해 육성
2011년 이후 1498개 혁신적인 기업 발굴
유명 기업이 멘토로 나서는 ‘컴퍼니 빌더’
인구 위기 해결하는 ’배터리‘(BETTER里)
'관광 유니콘' 키우는 '커넥트' 프로그램

지난 5월에 열린 관광벤처 오리엔테이션 현장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중력 레이싱 테마파크 ‘9.81파크 제주’ 운영회사 ‘모노리스’는 관광벤처기업 육성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개발과 운영에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테마파크는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이 감당할 수 없는 사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국내외로 활동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모노리스가 2020년 7월 제주 애월읍에서 개장한 ‘9.81파크 제주’는 중력 가속도만으로 움직이는 ‘그래비티 레이싱’을 즐길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테마파크다. 대외적인 성과는 꾸준히 얻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사우디아라비아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데 이어 연내 인천에 2호점 착공을 준비 중으로 2026년 하반기 개장 예정이다.

김종석 모노리스 대표는 “9.81파크 제주 이용자가 연 50만명을 넘어서고 있고, 3년 내로 연 100만명 돌파도 가능할 것 같다”라며 “아이디어와 계획만 있던 2016년에 가능성을 보고 예비 벤처기업으로 선정해준 ‘관광벤처공모전’이 모노리스 성장의 숨은 공신”이라고 말했다.

‘관광벤처사업 공모전’은 혁신을 꿈꾸는 K-관광벤처의 산실로 통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11년 처음 시작한 공모전은 지난해까지 1498개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춘 관광벤처 기업을 발굴했다. 여행상품 판매 일색이던 산업 체질과 생태계가 기술·서비스로 다양해지면서 생긴 신규 일자리만 4200여개에 달한다. 15회째인 올해도 공모를 통해서는 140개 사업을 신규 발굴했다.

공모전 업체 선정의 주요 포인트는 △관광 관련성 △지속가능성 △확장성 △차별성 등이 꼽힌다. 특히 관광 관련성을 중요하게 본다. 앞서 관광벤처로 선정된 많은 기업의 관계자들은 후기를 통해 ‘관광 관련 기업을 이렇게 다양하고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드물다’고 평가했다. 창업자가 관광 분야의 문외한이더라도 부족한 부분은 육성 과정에서 보완이 되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얼마든지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023 관광벤처 파이널데모데이 시상식 장면. (사진=한국관광공사)
공모전을 통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관광벤처기업은 한둘이 아니다. 2014년 예비 관광벤처에 뽑힌 ‘스테이폴리오’는 여행 중 잠시 머무는 숙박시설에 ‘공간여행’ 콘셉트과 가치를 부여해 숙소 예약의 ‘미슐랭 가이드’라 불리며 지난해 250억원이 넘는 거래액을 기록했다. 2018년 예비 관광벤처에 뽑힌 ‘유니크굿컴퍼니’도 모바일 앱과 웹, 지형지물, 키트 등을 활용한 ‘야외형 방 탈출’ 게임으로 ‘게이미피케이션’(게임+베이케이션)이라는 새로운 여행 장르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상묵 스테이폴리오 대표는 “관광벤처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지속적인 단계별 지원으로 글로벌 진출까지 도와준다는 점”이라며 “2020년 관광벤처사업 글로벌챌린지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투자자를 만나고, 법인 설립부터 사무실 입주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관광공사는 신생 벤처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춘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관광기업창업팀’에서 신생 관광벤처를 발굴해 초기 육성 후 일정한 수준에 올라서면 이후에는 ‘관광기업육성팀’이 엑셀러레이팅, 글로벌 기업 육성 등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방식이다. 선정된 기업에는 3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이 지원되는데 초기나 예비 단계에서는 중요한 시드머니의 역할을 한다. 또한 성장관광벤처로 선정된 40개 기업에는 문체부 장관 명의의 확인증을 준다. 이는 대외적인 신뢰도를 높이고 지자체나 대기업과 협업할 때보다 원활한 진행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직 체질이 약한 관광벤처의 체계적인 육성과 실질적인 성과 도출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 등 국내외 기업과 관광벤처기업을 연결해 주는 ‘컴퍼니빌더’ 사업이 대표적이다. 신생 기업을 거쳐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선배 기업들이 창업 단계부터 기술과 정보 공유와 자문 등을 통해 후배 기업의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야놀자, 타이드스퀘어, 익스피디아, 트립닷컴 등 8개 기업이 멘토로 참여한다.

관광벤처의 글로벌 진출도 돕고 있다. 유니콘 기업 육성이 목표인 ‘커넥트’는 국내외 대기업과 중견기업, 테크기업, 해외 정부 등 다양한 파트너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스테이폴리오, 미스터맨션 등 4개 관광벤처는 공사 후쿠오카 지사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관광벤처의 혁신 아이템을 지방소멸 위기 해결을 위한 ‘배터리’(BETTER里) 사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경북 영주에서 시작한 이 사업은 관광벤처의 사업 모델을 인구감소지역에 적용해 지역관광을 활성화하는 게 목표다. 올해는 경북 안동·봉화, 충북 제천·단양 등 대상 지역을 4곳으로 확대했다.

‘2023 관광벤처 파이널데모데이’ (사진=한국관광공사)
다양한 분야의 사업 파트너, 일반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마케팅 기회도 제공한다. 매년 ‘관광벤처의 날’을 열어 우수 기업을 시상하고, 국내외 박람회 등을 통해 기업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강종순 한국관광공사 관광기업창업팀장은 “관광벤처기업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진출을 통해 관광산업의 체질을 수출산업으로 전환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며 “이들이 급변하는 시장여건 속에서 관광산업의 혁신을 주도하는 키플레이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