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알 수 없는 불규칙한 이미지…그 속에서 엿본 내 마음
by이윤정 기자
2024.02.06 05:30:00
이상남 개인전 ''마음의 형태''
독창적인 기하학적 추상 언어 특징
작품 세계 아우르는 13점 선보여
3월 16일까지 페로탕 서울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복잡한 선과 원이 불규칙하게 화면 위를 가득 채우고 있다. 자로 잰 듯한 기계의 움직임같기도 하고, 기하학적인 모양들이 밝은 빛을 뿜어내기도 한다. 이상남 작가의 ‘마음의 형태’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불친절한 이미지는 마음의 여정과 무관하지 않다. 다양한 아이콘들을 중첩 혹은 충돌시키면서 ‘감각’의 과정을 보여주는 작가만의 방식이다. 관람자들은 작품을 통해 자신이 알고 있던 형상 기억을 깨고 새로운 이미지(기호)의 탄생을 경험한다. 각자의 생각과 느낌대로 ‘나의 마음은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독창적인 기하학적 추상 언어를 선보여온 이상남(71) 작가의 개인전 ‘마음의 형태’가 오는 3월 16일까지 서울 청담동 페로탕 서울 갤러리에서 열린다. 1990년대부터 2023년까지 그의 회화 세계를 아우르는 작품 13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상남 작가는 “나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합리와 비합리, 아날로그와 디지털, 회화와 건축, 미술과 디자인 사이의 샛길을 떠돈다”며 “작품을 언어로 읽으려는 경향을 깨뜨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40여 년간 기하학적 추상 언어를 탐구했다.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기 전 여러 실험미술 전시회에 참여했다. 1972년과 1974년 앙데팡당전에 참여하면서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던 사진 매체를 활용한 ‘창문’ 시리즈를 선보였다. 그는 박서보와 이우환의 반(反) 전통적인 예술의 방식과 매체를 고민하면서 자신의 미학관을 찾아 나갔다.
미국에 정착하게 된 건 1981년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열린 ‘코리안 드로잉스 나우’(Korean Drawings Now)라는 그룹전에 참여하면서였다. 그가 뉴욕에서 활동하던 시기는 신표현주의를 비롯해 에릭 피슬이나 데이비드 살레 등의 회화가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때였다. 그는 다양한 개념과 미술가 등이 범람하는 뉴욕의 미술계에서 1980년대와 1990년대 중반까지 자신의 미술 언어의 방식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낯설고 이질적인 기호를 각인시킨 그의 초기 작품은 정확한 형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수수께끼 같은 형태였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특정한 이미지의 재현을 피하면서 우리의 기존 인식과 고정관념, 전통을 거부해왔다.
| 이상남 작가의 ‘마음의 형태’(사진=페로탕 서울). |
|
작품의 제작 과정도 특이하다. 초기에는 손으로 프로토타입(시제품)의 형태를 만들고 이를 평면으로 옮겼다. 점차 컴퓨터를 이용해 프로토타입을 만들면서 정확하고 완벽함을 추구했다. 그는 캔버스 위에 아크릴 물감을 칠하고, 옻을 입히고, 사포로 문지르는 작업을 50~100여 차례 반복한다. 그의 작품들이 마치 컴퓨터 그래픽을 보는 것처럼 정확하고 완벽한 느낌을 주는 것은 이러한 작업 방식 때문이다. 이 작가는 “그림은 관람객을 위한 소재일 뿐”이라며 “보는 이들이 저마다 내면에서 편집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의 의미는 비로소 완성된다”고 말했다.
| ‘마음의 형태’ 전시 전경(사진=페로탕 서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