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성 경동제약 오너 2세의 고군분투…‘만성질환’ 한 우물 판다

by김진수 기자
2023.04.18 07:41:58

리베이트 적발에도 매출 소폭 상승, 연구개발비용 20% 증가
만성질환 중심 포트폴리오 구성, 국내 없는 성분으로 차별화

[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오너 2세인 류기성 경동제약 대표가 정체돼 있는 경동제약 성장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류 대표는 리베이트 등 구시대적인 제약사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경동제약의 현재 강점인 만성질환 치료제 분야를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경동제약은 올해에도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동제약은 지난해 1827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전년 1776억원 대비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8억원에서 83억원으로 줄었다. 2018년 2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총 12억2000만원의 골프비용을 지원하는 등 리베이트를 한 사실이 지난해 11월 적발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류 대표는 2021년 7월 경동제약 단독 대표가 된 이후부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체된 회사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단독 대표가 된 지 불과 반년만인 2022년 3월에는 김경훈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로 다시 전환하면서 오너 경영에서 벗어나는 등 적극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동제약의 전략 중 하나는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다. 경동제약의 연구개발 비용은 2021년 105억원에서 2022년에는 126억원으로 20% 증가했다.

경동제약 최근 3년 매출 영업이익 연구개발비.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경동제약은 만성질환 치료제에 대한 연구개발을 중점적으로 실시 중이며 포트폴리오도 만성질환 중심으로 꾸려가는 중이다.

경동제약은 대표품목인 로사타, 로사타플러스, 로사타플러스 에프 등 혈압강하제등을 통해 지난해 매출 132억원을 거뒀다. 아트로반 외 순환기계용제 매출은 141억원으로 두 제품군이 전체 매출 약 15%를 담당하고 있다. 또 순환기계용제인 듀오로반을 기반으로 한 상품 매출은 전체 48%를 차지하는 등 만성질환 위주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 중이다.

경동제약은 지난해에도 DPP-4 계열 테네리글립틴단일제 및 테네리글립틴·메트포르민복합제 테네리틴정과 테네리엠서방정, CCB 계열 에스-암로디핀 성분의 항고혈압제 에스암로실정을 출시하면서 만성질환 치료제 라인업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경동제약은 차기 성장 동력으로 만성질환 치료제를 선택했다. 현재 경동제약이 개발 중인 개량신약 2건은 순환기계 치료제 ‘KDF1901’와 비뇨기계 치료제 ‘KDF1905’다. 만성질환에 사용되는 의약품이다. 둘 모두 복합제며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아직까지 국내에 없는 새로운 성분 조합으로 주목받는다.



먼저 고혈압치료제 KDF1901는 ARB(안지오텐신II 수용체 차단제) 계열 ‘발사르탄’과 CCB(칼슘채널차단제) 계열 ‘암로디핀베실산염’에 나트륨 배설을 촉진해 혈압을 낮춰주는 이뇨제 성분으로 ‘클로르탈리돈’을 조합했다. 아직까지 해당 성분을 조합한 의약품은 없는 만큼 개발에 성공한다면 많은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동제약은 KDF1901의 임상 3상을 내년 1분기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으로, 이르면 내년 중 품목허가가 기대된다.

발사르탄과 암로디핀의 경우 고혈압치료제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성분으로 흔하지만 ARB 및 CCB 복합제에서 클로르탈리돈이 포함되는 경우는 드물다. 클로르탈리돈은 주로 아모설랄롤, 아로티놀롤, 아테놀올 등 베타차단제(β-blockers)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이뤄져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 심장학회(ACC)와 미국 심장협회(AHA), 한국임상고혈압학회 등에서 클로르탈리돈 사용을 권고하면서 제약업계에서도 클로르탈리돈을 더한 활용한 복합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학회에 따르면 클로르탈리돈은 다른 이뇨제 성분 하이드로클로로티아지드(hydrochlorothiazide)와 비교해 강압 효과가 우수하고 작용 지속시간이 1.5배에서 2배 가량 길어 혈압 조절 효과가 좋다.

2020년 기준, 국내 고혈압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1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KDF1901의 세 가지 성분 중 ARB 계열 ‘로사르탄’으로 개발된 한미약품 아모잘탄 플러스의 경우 지난해 처방액이 285억원에 달한다.

비뇨기계 치료제 KDF1905 역시 아직까지 국내에서 조합되지 않은 ‘탐스로신’과 ‘미라베그론’을 더한 2제 복합제로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임상 대상자 수는 786명으로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임상 종료 예정 시점은 올해 7월이다.

탐스로신은 전립선비대증 치료, 미라베그론은 과민성방광 치료에 사용되는 성분이다. 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두 성분을 병용 투여하는 경우 전립선비대증 환자에서 빈뇨 등 하부요로 증상을 개선하는 등 유의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밖에 경동제약이 개발 중인 자료제출의약품 KDF2001은 당뇨치료제로 임상 1상이 완료됐다.

경동제약 관계자는 “복용 편의성이 높고 탁월한 약효를 발휘하는 복합제를 개발 중으로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