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밭 전부 잿더미로”…강릉 산불에 삶의 터전 잃은 이재민
by이재은 기자
2023.04.12 07:06:36
이재민 649명 아이스아레나 임시대피소 생활
2000년 동해안 산불로도 한 차례 터전 잃어
“농사로 생계유지했지만 밭 전소돼 막막”
주불 진화에도 재발화 신고…상황 주시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지난 11일 강원도 강릉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이재민들의 탈출 당시 긴박한 상황과 삶의 터전이 소실된 사연 등이 전해졌다.
| 강원도 강릉시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11일 오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머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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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뉴스1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강릉 아이스아레나 임시 대피소에 있던 산불 피해 이재민 전모(69)씨는 “20년 넘게 산 집이랑 밭이 전부 잿더미가 됐으니 살 맛이 안 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릉 저동 주민인 전씨는 이번 산불로 23년간 살았던 99㎡ 규모의 2층 주택과 밭을 잃었다. 그는 2000년 4월 발생한 동해안 산불로 터전을 한 차례 잃어 한동안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했었다고 한다.
전씨는 아침 8시 30분께 동네 주민으로부터 “근처에 산불이 났으니 대피하라”는 연락을 받고 집 밖으로 나왔지만 사방이 까만 연기로 가득해 앞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어 “곧바로 집에 있던 아내, 아들과 함께 탁 트인 곳을 향해 계속 뛰었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가족이 다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입고 온 옷가지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 막막하다”며 “그동안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했는데 밭이 다 타버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재민인 70대 김모씨는 이번 산불로 운영해오던 펜션을 잃었다.
김씨는 “아침에 직선거리로 우리 펜션에서 60여m 떨어져 있는 인월사 대웅전 지붕에 불길이 치솟는 것을 봤는데 그로부터 10분도 안 돼 불이 펜션 앞까지 번졌다”며 “진화한 뒤 바로 펜션으로 달려갔지만 모두 타 뼈대만 남아 있었다”고 했다.
생사의 기로에 있었다던 김홍기(59)씨는 15년 전 버거시병으로 다리를 잃어 자력으로 대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옆집에 살던 베트남 국적의 남성 2명이 나타나 자신을 부축하고 차량에 태운 뒤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긴급한 상황인데도 몸 불편한 나를 챙겨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며 “그 친구들 아니었으면 그대로 산불에 휘말려 죽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시 대피소에서 대기 중이던 강릉시 관계자는 “이재민들이 새로운 거처를 얻고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동안 불편하지 않게 잘 지낼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대한적십자사, 구세군 등도 이재민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11일 오후 강원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이 8시간여만에 진화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재발화 신고가 잇따라 들어오면서 소방 당국이 장비 192대, 인력 463명을 투입해 잔불 정리 등 야간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강원도소방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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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11일 오전 8시 22분께 강릉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로 산림 379㏊가 소실됐으며 17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649명의 이재민은 강릉 아이스아레나 임시대피소에서 머물고 있으며 사천중학교로 대피했던 29명은 귀가한 상태다.
주불은 약 8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재발화 의심 신고가 곳곳에서 접수돼 소방 당국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