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수능, 대입자격고사로…세부전형 대학에 맡겨야"[만났습니다]
by신하영 기자
2023.03.22 06:57:22
김동원 고려대 총장 “대학의 선발자율권 확대” 강조
“수능으로 자격 확인 후 대학별 전형으로 선발해야”
“교수들도 학문 융합 필요성 공감…융합 교육 확대”
“유치원보다 싼 등록금으론 해외 대학과 경쟁 요원”
| 김동원 총장이 1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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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김형환 기자] “수능으로는 고교졸업·대입자격만 확인하고 나머지 세부 전형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수능을 대입자격고사로 바꾸는 방향으로 새 대입제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처럼 표준화된 대입시험(SAT·ACT)을 운영하더라도 학생 선발을 위한 세부 전형은 대학 자율에 맡겨달라는 요구다.
교육부는 2028학년도부터 적용될 새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을 올해 상반기까지 내놓을 예정이다. 이후 국가교육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내년 2월 대입 개편안을 확정한다. 해당 개편안은 2025년 전면 시행 예정인 고교학점제 세대를 위한 대입제도로 소위 ‘학점제용 대입’으로 불린다. 선택형 교육과정인 고교학점제를 표준화된 대입시험(수능)으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다양한 개편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김 총장은 “미국은 우리의 수능에 해당하는 대입시험으로 입학자격을 확인한 뒤 면접·에세이·고교내신·추천서·수상경력 등 대학별 세부전형을 반영해 합격자를 가린다”며 “이는 대학이 각자 추구하는 인재상에 맞게 신입생을 선발토록 하는 것으로 미국 대학 경쟁력의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선 의학·약학·생명과학·정치학·통계학 등의 학문 분야를 융합한 해법이 요구됐다. 앞으로 이러한 학문 간 융합은 끊임없이 지속될 것이다. 교수들도 과거에는 학과 간 칸막이에 매몰돼 있었지만 이제는 학문 융합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보고 있다. 기계공학과 교수들이 인체 근골격계를 공부한다는 점을 예로 들 수 있다. 인체 친화적 기계 설계를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의 등장으로 언어학에서도 AI를 연구하고 있다. 재임 중 협동 과정을 확대해 학문 간 칸막이를 없애고 싶다. 협동 과정은 하나의 융합과목을 여러 전공 분야의 교수가 함께 강의하는 과정을 말한다.
△학부·일반대학원은 앞으로도 학령인구를 중심으로 학생을 모집, 운영하겠지만 특수대학원과 평생교육원에선 재직자·평생학습자 대상 프로그램을 확대할 생각이다. 특히 특수대학원은 현재 법무·정책·교육·노동대학원 등 11곳이 운영 중인데 2~3개 정도를 더 신설하려고 준비 중이다. 평생교육원 교육프로그램도 5060세대의 교양교육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다양화하겠다. 특수대학원·평생교육원을 통해 재정확충을 꾀하고 늘어난 재정수입을 학부와 일반대학원에 재투자해 대학 경쟁력을 제고하겠다.
△지금 우리 대학의 연평균 등록금이 827만원(2022 정보공시 기준)인데 사립유치원보다 싸다. 국회 교육위원회 민형배 무소속 의원에 따르면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 중 59%(443곳)의 월 학원비가 100만원을 넘는다. 비단 유아 대상 영어학원뿐만 아니라 일부 유치원 중에선 학부모 부담금이 연간 865만원을 넘는 곳도 있다. 고려대의 해외 경쟁 대학인 미국의 코넬대나 스탠포드대의 연간 등록금은 6만~7만 달러(한화 7800만~9180만원)에 달한다. 등록금 수입이 우리보다 10배 많은 대학과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상위권 대학들의 세계 대학 순위가 하락하는 것도 등록금 동결에서 기인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15년 전에 비해 대학 등록금의 실질 인상률은 마이너스 23%다. 대학들의 재정난은 우수 교수들의 이탈로 이어지며 이는 국내 대학들의 경쟁력 저하로 귀결된다. 기업이나 연구소, 해외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는 교수들이 적지 않다. 대학도 등록금 외 수입원을 찾아야겠지만 정부도 대학 관련 규제를 풀겠다고 한 만큼 이러한 대학 재정난을 감안한 정책을 펴야 한다.
△새 대입제도는 대학의 자율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 미국은 우리의 수능에 해당하는 대입시험으로 입학자격을 확인한 뒤 면접·에세이·고교내신·추천서·수상경력 등 대학별 세부전형을 반영해 합격자를 가린다. 이는 대학이 각자 추구하는 인재상에 맞게 신입생을 선발토록 하는 것으로 미국 대학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하는 토대가 된다. 우리나라도 수능 등 대입시험으로는 고교졸업·대입자격만 확인하고 나머지 세부 전형은 대학에 맡겨 대학별 특성에 맞는 인재를 선발토록 해야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수시전형과 달리 수능성적을 위주로 뽑는 정시에선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앞으로는 정시에서도 학폭 가해 이력이나 징계 기록을 반영해야 한다. 고려대도 대입에서 학폭 이력이나 징계 기록을 보려고 한다. 정시 수능전형이라도 결격사유 규정을 만들어 심각한 학폭 가해 이력을 가진 학생은 탈락시켜야 한다. 지속적으로 인권을 침해하거나 피해 학생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 심각한 학폭에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설령 정시 수능전형에서 합격점을 충족하더라도 결격사유를 적용해 합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공부만 잘한다고 다가 아니라 인성도 봐야 한다. 다만 어느 정도의 학폭에 결격사유를 적용할지는 좀 더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
△최근의 세계대학평가도 연구의 사회적 영향력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에너지·식량·환경·기후 등 인류의 당면과제를 해결하는 연구실적에 대한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고려대도 교수업적평가에서 논문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평가 비중을 높일 생각이다.
△미국의 대학들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 지원이 있었다. 미국은 대학을 규제의 틀에 가두기보다는 경쟁력을 갖추도록 최대한 지원한다. 절도사건이 늘었다고 모든 시민의 야간 통행을 금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찬가지로 일부 교수의 일탈행위를 이유로 모든 대학을 규제의 틀에 가둬서는 안 된다. 규제를 과감히 풀어 국내 대학이 해외 대학들과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1960년 서울 △고려대 경영학과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교 노사관계학박사 △뉴욕주립대 경영대학 교수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ILO협회 상임이사 △고려대 총무처장 △중앙노동위원회·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고려대 기획예산처장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회장 △고려대 경영대학원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ILERA) 회장 △고려대 제21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