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논문 속 '사주' 검색해보니 점집 사이트 우수수

by박지혜 기자
2022.09.07 06:57:18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교수 단체들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이 ‘점집 홈페이지’ 내용을 베꼈다고 지적한 가운데, 해당 내용을 구글에 검색해보니 똑같은 글이 실린 점집 사이트가 우수수 쏟아졌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14개 단체로 이뤄진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검증을 위한 범학계 국민검증단’(검증단)은 지난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 보고회를 열고 국민대가 연구부정 행위가 아니라고 결론 낸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지 게재논문 3편이 모두 표절에 해당한다는 자체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특히 점집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블로그, 해피캠퍼스와 같은 지식거래 사이트 등 상식 밖의 자료를 출처 명기 없이 무단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김 여사 박사학위 논문 29쪽부터 32쪽에 나오는 ‘3.1. 사주’, ‘3.2. 궁합’, ‘3.3. 관상’이란 소제목 내용에서 ‘사주의 정의·궁합의 정의·결혼과 궁합’ 등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붙였다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 영상물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김 여사 논문에 실린 “많은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각각의 가지고 있는 운이 다르다고 한다. 그 운, 즉 사주란 사람의 태어난 년(年), 월(月), 일(日), 시(時) 이 네 가지의 기둥을 뜻하며, 이 네 가지 기둥을 가지고 사람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점치는 것을 또한 사주라고 한다”는 부분을 구글에 검색해보니 똑같은 글을 올려놓은 점집 사이트 수십 개가 나왔다.

김 여사의 논문 중 총 4문단에 이르는 ‘궁합의 정의’를 다룬 내용도 한 점집 사이트에 올라온 글과 거의 일치했다.

앞서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이 자신의 논문을 표절했다고 주장한 구연상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교수는 국민대의 결론에 대해 “분명히 인용부호나 각주, 참고 문헌도 없이 몰래 따왔기 때문에 100% 표절이 맞다. 그런데 그것을 어찌 연구윤리 위반행위가 아니라고 판정할 수 있는지, 그건 부당한 판단”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 여사 논문 일부와 일치하는 글을 올려놓은 점집 업체 관리자는 오마이뉴스를 통해 “2002년 초반부터 이 사이트를 운영했다”며 “‘사주의 정의’ 등의 텍스트는 거의 다 2007년 이전에 우리 사이트에 실려 있던 내용”일이라고 밝혔다. 해당 업체의 또 다른 관계자도 “사주와 궁합 관련 내용은 내가 1998년부터 2000년 초반에 텍스트를 직접 써서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며 사용 등록도 해놨다”고 설명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14개 단체로 이뤄진 ‘김건희 여사 논문표절 검증을 위한 범학계 국민검증단’(검증단) 관계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 보고회를 열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지 게재논문 3편이 모두 표절에 해당한다는 자체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국민의힘은 검증단에 대해 “학술단체가 아닌 정치 단체”라며 “국민 기만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흡사 검증단은 명칭 등에서 학계를 대표하여 해당 검증이 학술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정치 단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언론에 따르면 검증단에는 사교련을 주축으로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 단체의 주요 임원을 역임했거나 현재 임원인 인사들이 지난 3월1일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를 지지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검증에 참여한 또 다른 단체인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는 최강욱 민주당 의원과 함께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 조민 씨의 고려대, 부산대 입학 취소 철회를 주장했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주도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우희종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공동상임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설령 이재명 지지 단체라 해서 김건희 짜깁기 학위 논문이 사라지나?”라고 반박했다.

우 대표는 또다른 글에서 “이번 발표를 굳이 이재명 지지 교수단체로 몰고 있는 여당에선 거꾸로 현 정부 지지 교수단체에 해당 논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도록 연락해달라. 그분들은 교수로서 어떤 의견일지 궁금하며, 필요하면 언제든지 토론에 임하겠다”고 했다.

검증단 발표에 함께한 김민웅 교수도 페이스북을 통해 “도무지 부끄러움과 반성을 모르는 집단”이라며 “학자들이 밤샘하며 검증한 결과에 왜 이재명을 갖다 붙이는가?”라고 항의했다.

김 교수는 “논문 표절과 대필 의혹, 심사도 없는 통과라는 의혹이 일게 만든 장본인 김건희를 어떻게든 구해보려고 하겠지만 그럴수록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