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 아벨리노랩 회장 “안과 검사에 IT 접목…3년후 매출 1조 자신”

by왕해나 기자
2021.08.17 07:30:42

한국 상장 후 IT 육성 위한 R&D 센터 만드는게 목표
2008년 안질환 검사로 시작해 유전자치료제로 확장
미국 본사와 한국, 일본, 중국, 영국에 법인 설립
코로나19 조기 대응해 5월 기준 200만 검사 달성
칼자이스, 세계경제포럼 등에서 석학들 다수 합류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우리의 경쟁사는 페이스북, 구글, 애플이라고 생각한다. 유전자 검사에서 시작해 유전자 치료제, 나아가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등 IT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진 아벨리노랩 회장은 1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코스닥 상장 시장 이후 바이오와 IT 접목을 위한 IT 역량 확대에 상당 부분 에너지를 쏟을 계획”이라면서 “국내에 연구개발(R&D) 센터 설립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많은 유전자 검사를 수행하며 수집한 환자들의 유전 정보를 분석해 빅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벨리노랩은 2008년 각막이상증의 한 종류인 아벨리노에 대한 유전자 검사 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된 회사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각막이 혼탁해지는 유전적 희귀질환으로, 라식 등 시력교정술을 받은 후 실명에 이를 수도 있어 수술 전에 반드시 검사가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870명 중 1명, 미국에서는 1115명 중 1명꼴로 적지 않게 발생하지만 아직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회장은 “각막이상증은 원래 천천히 진행되는 병이지만 라식을 할 경우 빠르면 2년 안에도 시력상실이 진행되는 유전병”이라면서 “한국에서 성공한 자신감을 가지고 2010년 일본 최대 안과병원인 시나가와 라식센터와 협업하게 됐고 2011년에는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에 터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바이오와 IT분야를 접목하려고 했기 때문에 IT 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가 최적지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소규모 기업이었던 아벨리노랩은 각막이상증 진단만으로 미국, 한국, 영국, 일본, 중국 5개 법인을 가진 글로벌 회사가 됐다.

아벨리노랩은 안과 진단의 적응증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2019년에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방식으로 각막이상증에 원추각막증까지 검사할 수 있는 ‘아바젠’을 출시했다. 원추각막은 각막이 돌출되는 유전자 질환으로, 환자의 최대 23%가 유전력이 있다. 내년에는 아바젠의 적응증을 녹내장까지 확대한다. 녹내장은 전 세계 1억명의 환자가 있는 실명 원인 1위의 안질환이다. 지난해까지 안 질환 검사 85만건을 달성해 1300명을 실명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치주염과 청력상실 진단도 연구 중이다. 그는 “유전자 검사가 대부분 암질환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다른 질병에 대한 검사 수요는 미충족 상태”라면서 “인간의 유전자는 모두 연결돼있어 유전자를 제어하고 편집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다면, 다른 연구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역설했다.



유전자 검사의 기반 기술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서도 빛을 발했다. 아벨리노랩의 연구진들은 지난해 초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마자 유전자 진단에서 쌓아온 기술을 코로나19에도 적용했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 인정받은 방법으로 진단에 착수, 올해 5월 기준으로 200만건의 누적 검사를 실시했다.

아벨리노랩은 단순히 유전자 검사를 하는 기업에서 유전자치료제 개발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크리스퍼-캐스9 유전자가위와 짧은간섭 리보핵산(siRNA)을 활용해서다. 이 회장은 “유전자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유전자변형을 초래할 수 있는 ‘비표적 효과(Off target Effect)’를 줄이는 특허를 확보했다”면서 “기본 특허는 아니지만 반드시 필요한 특허이기 때문에 많은 회사들이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siRNA 각막이상증 치료제는 비임상을 마무리하고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그는 “DNA를 건드리지 않고 망가진 유전자에 대한 상보적인 RNA를 넣어 유전자를 제어하는 형식”이라면서 “점안액처럼 국소 부위에 투약하는 방식이어서 전신 면역반응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의약계 석학들이 아벨리노랩에 합류했다. 각막이상증 유전자치료제의 권위자 타라 무어 연구·개발 최고책임임원, 엘러간·애보트·칼자이스 등에서 44년간 근무한 제임스 마조 이사회 위원도 영입했다. 지난 1일 세계경제포럼 4차 산업혁명센터(C4IR)장을 역임했던 무라트 손메즈 씨도 아벨리노랩에 함께했다. 이 회장은 “세일즈 마케팅 인력은 노바티스, 비즈니스 개발 인력은 알콘에서 왔다”면서 “이들이 합류하는 이유는 딱 하나, 우리가 가는 길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에서다”라고 자신했다.

아벨리노랩은 IT기업으로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IT 인재가 많은 한국에서 코스닥 상장을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0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액은 올해 2500~3000억원이 될 것이고 계속 성장할 것”이라면서 “2024년 AI 기반 빅데이터 서비스까지 더해져 매출액이 1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