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범준 기자
2020.10.05 04:00:00
한국씨티은행과 대출모집인 영업
전문직, 대기업 직장인, 공무원 등
고신용자 중심으로 대출 적극 확대
"주담대 취급 작아 신용대출 포기 못해"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직장인 김모씨는 월급의 최고 27배까지 신용대출이 가능하다는 안내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안내에 따르면 김씨가 대출 받을 수 있는 최고 한도는 1억8000만원. 문자를 보낸 곳은 ‘한국씨티은행 대출상품안내’를 내걸은 한 대출모집업체다.
최근 가계 신용대출이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일부 은행과 대출모집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한 규제로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국내 금융지주 계열 은행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외국계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여전히 공격적인 신용대출 영업·마케팅이 벌어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외국계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은 전문직과 대기업 직장인, 공무원 등 고신용자들을 중심으로 신용대출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 광화문·을지로 및 강남 일대 등 오피스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직장인 대출 전단지 배포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고소득 전문직 의사들을 대상으로 최대 5억원까지 신용대출이 가능한 ‘씨티비즈닥터론’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일부 대출모집인과 중개인들은 전단과 문자 메시지, 웹 포스팅을 통해 ‘월급여 최고 27배까지 가능’, ‘타 은행 대비 150~200% 이상 높은 승인 한도’, ‘한도 1억8000만원까지, 금리 최저 2%대부터’, ‘대기업·공무원·일반직장인 대상’, ‘자체 등급 평가로 신용등급 낮아도 진행 가능’, ‘카드대출 등 2금융권 이용 중이어도 대환 조건으로 진행 가능’ 등 광고성 문구를 내세워 직장인 대출을 유인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일반 시중은행들과 달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취급은 적고 신용대출 비중이 높다. 이러한 사업 구조로 직장인 신용대출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씨티은행 측 입장이다. 다른 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서더라도 쉽게 신용대출을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그룹 지배 논리를 따르는 외국계은행이기 때문에 국내 감독당국의 눈치를 상대적으로 덜 보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또 다른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은 아직 눈치를 살피고 있는 모습이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신용평가, 대출금리 조정 등 선제적인 조치를 통해 이미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신용 위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 시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신용대출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신용대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24일 기준 총 126조886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8월 말 잔액 기준 124조2747억원에서 약 한 달 사이 2조6116억원 늘어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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