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상조·버스 콕 집어…새분야 개척에 베팅하는 사모펀드

by김성훈 기자
2020.07.01 02:30:00

VIG, 상조·영어교육업체 잇따른 투자 관심
E&F PE는 환경폐기물 '선택과 집중' 부각
차파트너스, 버스인프라 전문화로 차별화
인지도 향상·볼트온 전략 구사 용이 장점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남들이 걷지 않는 길을 걷겠다.”

국내 사모펀드(PEF) 업계에서 특정 분야를 개척하거나 ‘선택과 집중’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확실하지만 사모펀드의 손길을 적게 탄 업종에 적극 베팅하는 일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업계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한편 ‘볼트온’(유사 기업 인수합병)과 차후 매각 등 사업 전략을 펼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PEF 업계에서 남다른 딜 소싱(투자발굴)로 주목받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VIG파트너스(VIG)는 지난 25일 국내 1위 상조업체인 프리드라이프 지분 100%에 대한 잔금 납입을 마치면서 인수 작업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6년 ‘좋은라이프’ 인수를 시작으로 상조업계에 발을 들인 VIG는 이듬해 금강문화허브, 지난해 모던종합상조를 차례로 인수했다. 올해 들어서는 시장 점유율 16.3%를 차지하던 프리드라이프까지 인수하면서 사업 진출 4년 만에 시장 점유율을 20.4%(선수금 1조 1538억원)까지 끌어올리며 보람상조 계열사(21.3%)과 양걍 구도를 구축했다.

투자업무를 기반으로 낸 수익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조업 특성상 사업 규모를 전국 단위로 키워야 한다는 판단이 볼트온 전략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VIG 관계자는 “상조업이 충분히 산업화가 이뤄지지 않은 모델이라는 점에 주목했다”며 “지방 소규모 회사들이 난립한 상조업계에서 적절한 사업 전략이 더해진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VIG는 지난해 10월 스타 강사 ‘존쌤’으로 유명한 현승원 대표가 운영하는 영어 교육업체인 ‘디쉐어’(D.SHARE) 경영권 지분 50%가량을 1650억원에 인수하면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2012년 H&Q코리아의 메가스터디 투자 이후 뜸했던 온라인 교육업체 투자가 다시금 물꼬를 튼 것이다.

VIG가 디쉐어에 주목한 잠재력은 절대 평가로 바뀐 수능 영어체계였다. 교육부는 2014년 12월 고득점 경쟁을 줄이고 학생들의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해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을 예고하고 2017년 수능부터 영어 절대평가를 도입했다. 종전까지 평균 97~100점을 맞아야 가능했던 1등급이 90점만 넘으면 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절대평가는 개인 노력으로 점수를 획득할 수 있어 도리어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는 확장성을 (VIG가) 높게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견 사모펀드 운용사인 이앤에프프라이빗에쿼티(E&F PE)는 환경폐기물 업종에서 꾸준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3월 코오롱그룹의 환경사업 계열사인 코오롱환경에너지 인수에 이어 이달 4일에는 IS동서와 컨소시엄을 이뤄 폐기물 처리업체 코엔텍(029960)을 5000억원 안팎에 인수하기도 했다.

E&F PE는 환경업체 특화 투자전략을 펼쳐온 운용사로 해당 분야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인선이엔티(060150)와 토석 채취업체 유창산업, 골재채취업체 대운산업개발 등에 투자한 이력이 있다. E&F PE는 여세를 몰아 최근 실사가 진행 중인 또 다른 환경폐기물 업체인 EMC홀딩스(EMC) 인수전에도 관심을 보이면서 환경인프라 포트폴리오 구축에 남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인 차파트너스는 버스 인프라투자에 특화된 하우스로 이목을 끌고 있다. 차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시내버스에 투자하는 500억원 규모의 ‘차파트너스 퍼블릭모빌리티 펀드 제1호’ 설정하고 한국brt자동차주식회사의 지분 80%와 명진교통의 지분 100%를 각각 인수했다.

준공영제로 운영하는 시내버스 업체 지분을 차례로 확보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운영의 효율성까지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유일의 시내버스 투자 전문 하우스’를 타이틀로 향후 펀드설정이나 볼트온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차종현 차파트너스 대표는 “500억원 규모의 2호 펀드설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이후에도 해당 펀드를 시리즈로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며 “조기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서 기관화, 대형화, 투명화를 이뤄내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매물 인수에 차별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업계 인지도 향상이나 사업 추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 측면에서도 특정업계 전문 이미지 구축이 주목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