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하태식 한돈협회장 “北, ‘잔반사료’ 때문에 ASF 창궐했을 것"
by강신우 기자
2019.06.07 06:35:00
하태식 대한한돈협회 회장 인터뷰
UN 대북제재로 北 소독약 지원 무산
“ASF 매개체 멧돼지 사살·방역 급선무”
“잔반사료 급여, 동남아·북한, 한국뿐”
구제역 때 보상비만 3조, ASF ‘大재앙’
| 하태식 대한한돈협회 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제2축산회관 한돈협회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하 회장은 “북한에 소독약 15t 분량을 지원하려고 했지만 UN 안보리 제재로 무산됐다”고 말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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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이데일리 최은영 부장·정리=강신우 기자]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소독약 15t 분량 2000만 원어치를 북한에 보내려고 했지만 대북제재로 무산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 Swine Fever)이 중국 전역과 베트남, 홍콩에 이어 북한에까지 확산되면서 국내 양돈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뚫리면 다 죽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백신이 따로 없는데다 전염성이 강해 돼지를 얼마나 살처분 해야 하는지도 그 끝을 알 수 없다. 양돈농가는 멧돼지 사살·포획 실시와 함께 돼지 잔반급여 전면금지를 통해 0.1%의 발병요인이라도 막아야 한다는 심정이다.
북한내 ASF 발병 문제가 알려진 지난 5일 이데일리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제2 축산회관 내 대한한돈협회 사무실에서 하태식 한돈협회장을 만났다. 하태식 한돈협회장은 지난 2017년 11월 19대 한돈협회장(4년 단임)에 취임해 한돈산업 육성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ASF 확산 우려로 협회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하 회장은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는 소식은 이미 3개월 전부터 알고 있었다. 잔반(음식물류폐기물) 사료를 먹인 것이 주원인으로 추정된다”며 “협회 측에선 소독약 15t 분량 2000만 원어치를 북한에 보내려고 했지만 정부가 거부했다. UN 안보리 대북제재 때문에 소독약도 못 보내는 실정”이라고 개탄했다. 북한에서 발생한 ASF의 남하를 최대한 막아보려 했지만 대북제재로 손 쓸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에는 ASF 남하를 막는 것이 최선책이란 게 하 회장의 생각이다. 북한과 맞닿은 접경지역 방역이 급선무다.
하 회장은 “ASF로 7조 규모의 한돈산업이 한순간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정부와 함께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사실상 방역 수준이 제로에 가까운 북한에서 ASF가 발생한 상황이어서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돈협회는 ASF 방역 대책으로 잔반 사료 전면 금지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고 또 ASF 주요 매개체인 멧돼지를 사살과 포획 조기 실시를 강하게 요구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하 회장은 맷돼지에 대한 대책도 촉구했다. 그는 “멧돼지는 현재 30만 마리 정도가 있는데 개체 수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등 ASF 발생 요인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멧돼지 개체 수가 연간 15%씩 증가하니까 지금부터 사살·포획작업에 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하태식 대한한돈협회 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제2축산회관 한돈협회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하 회장은 “북한에 소독약 15t 분량을 지원하려고 했지만 UN 안보리 제재로 무산됐다”고 말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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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회장은 잔반사료 급여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특히 강조했다. 그는 “잔반으로 사료를 제공하는 돼지 사육 농가가 전국에 260개소 정도 된다”면서 “이 중 농장에서 직접 잔반을 주는 곳이 185곳, 나머지는 전문 업체가 열처리 후 잔반 사료를 제공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80도 이상, 30분 이상 열처리를 하면 문제없다고 하지만 습식사료 운반과정에서 교차오염이 생길 위험요인이 많아 안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현재 세계적으로 봤을 때 잔반급여 농장은 동남아 지역뿐이다. 중국도 이번 ASF 발생 후 잔반급여를 전면금지했고 유럽은 이미 구제역 발생 당시 금지령을 내렸다”며 “북한도 잔반급여로 ASF가 발생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앞서 환경부는 자가잔반 급여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금지했지만 열처리를 거친 폐기물처리업체에서 나온 잔반사료는 허용하고 있다. 돼지 잔반급여를 전면 금지하면 ‘음식물폐기물 업체 간 담합’과 함께 돼지뿐만 아니라 개 등 다른 동물에게도 잔반급여 금지를 환경단체 등에서 강하게 요구할 것이고 결국 ‘음식물폐기물 대란’이 올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돈협회는 북한에서 ASF가 발생한 상황에서 접경지역 일대에 심각 단계에 준하는 방역조치가 시행된 만큼 환경부도 입장 선회가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다. 하 회장은 “환경부가 북한에서 ASF 발생 전까지만 해도 잔반급여 전면 금지는 아예 안 된다고 했지만 지금은 ASF 비상상황인 만큼 동참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돼지 잔반급여는 ‘한돈 브랜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 회장은 “잔반급여 돼지는 등외 판정을 받는다. 등외 판정을 받은 돼지는 고기가 무르고 냄새가 심한 ‘저급’인데 대부분 저가로 공급하는 식당에서 ‘양념을 강하게 해’ 팔고 있다”며 “잔반돼지라는 게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 번 입소문을 타면 한돈 이미지 추락은 시간문제이다. 이 기회에 돼지 잔반급여를 전면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몇몇 잔반급여 농가에 건식사료 급여를 하라고 설득하고 있고 이를 위해 정부와 농협, 사료협회와 한돈협회 4개 단체에서 방법을 강구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잔반급여 돼지 두수가 전체의 1%밖에 안되는데 굳이 잔반급여를 전면 금지해야하느냐는 일부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하 회장은 “ASF 유발 가능성이 있는 단 0.1%의 요인이라도 제거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1%의 잔반급여 돼지때문에 ASF가 발병해 천문학적인 사회비용을 치러야 한다면 그땐 누가 책임을 질 수 있겠느냐. 0.1%라도 막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또 “구제역 발생 당시 돼지 330만 두를 매몰했다”며 “살처분 보상비만 3조원 이상 나갔고 이를 다시 재생시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국가적인 ‘재앙’이다”라며 “10여 년 전 돼지 살처분과 사회적 비용을 치렀던 과거를 반면교사 삼고 ASF 발병 원인을 철저히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하 회장은 ASF 외에도 한돈산업 주요 현안에 대해 ‘수입돈의 국내 시장 잠식’을 꼽았다. 그는 “작년 돼지고기 수입이 26% 정도 늘어났다. 약 48t수준인데 돈가 폭락의 주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농가가 많이 어렵다”며 “이베리코와 같은 수입산은 국내에서 원산지를 속여 파는 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7월1일부터 식약처에서 단속에 들어간다지만 수입육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어 한돈농가에서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하 회장 취임 후 성과로는 지난 4일 경남 하동군 진교면에 지은 한돈혁신센터이다. 한돈혁신센터는 총 사업비 75억원을 들여 제2검정소 3만3817㎡(1만230평) 부지에 준공한 한돈혁신센터는 모돈 300두(혁신동 40두, 창조동 260두) 규모의 일괄사육 농장이다.
| 하태식 대한한돈협회 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제2축산회관 한돈협회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하 회장은 “북한에 소독약 15t 분량을 지원하려고 했지만 UN 안보리 제재로 무산됐다”고 말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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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사, 분만사, 자돈사, 육성사, 비육사 등 양돈관련 시설 6개동을 비롯해 관리사, 퇴비사, 전기실, 물탱크실, 기계실, 차량소독조, 자재창고 등 부대시설 6개동과 고객지원동까지 총 13개 동으로 이뤄져 한돈농가의 생산성 향상과 환경 개선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 회장은 “국민과 함께 사회봉사도 하고 환경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한돈산업을 하자는 목표로 취임했다”며 “농가에서 십시일반으로 모은 26억원으로 한돈혁신센터를 설립했고 센터 내 사육시설에서 생산된 돼지나 사육시설에서 냄새가 나는 지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양돈농가가 협심해 만든 센터여서 뜻깊고 한돈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메카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