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공채 폐지하고 ‘순혈주의’ 깬 새해 첫 인적 쇄신…“새로운 시도 즐기자”

by이소현 기자
2019.02.16 05:05:05

현대제철 사장에 안동일 선임..경쟁사 포스코 출신
10대 그룹 최초 공채 폐지…수시 채용으로 인사 혁신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새해 들어 순혈주의 타파와 관습을 철폐한 인적 쇄신에 힘쓰고 있다.

재계 최초로 신입사원 채용방식을 대규모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 데 이어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내용으로 새해 첫 계열사에서 사장급 임원인사를 시행했다.

현대차그룹은 15일 현대제철(004020) 생산·기술 부문 담당사장 직책을 신설하고, 포스코 출신의 안동일 사장을 선임했다. 현대차그룹이 사장급 인사에서 경쟁 철강업체인 포스코에서 인재 영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 초 시무식에서 철강부문에 “첨단 소재 개발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임 안동일 사장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장, 포항제철소장 등을 역임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당진제철소를 비롯해 생산, 연구개발, 기술품질, 특수강 부문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작년에 승진한 이후 단행한 첫 정기인사에서 ‘순혈주의’를 타파했던 인사 기조를 그대로 이어갔다. 앞선 정기 사장단급 인사에서 BMW 출신인 알버트 비어만 차량성능담당 사장을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외국인 임원을 연구개발본부장에 앉힌 건 현대차그룹 내 처음이었다.

이번 인사는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자동차(000270) 등 그룹의 주력인 자동차 부문을 넘어 현대제철 등 계열사에도 전파한 데 의미가 있다. 연구원 등 실무진급에서는 경쟁사 간 이동은 있었지만, 사장급의 높은 임원 직급에서 이 같은 인사는 처음이라 내부에서도 정 수석부회장 체제가 수립된 이후 그룹 내 달라진 분위기가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글로비스 등 다른 계열사 인사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작년에 승진한 이후 올 초 그룹 시무식을 처음으로 주재하며 ‘새로운 방식,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그 시작으로 지난 13일 현대차와 기아차가 연 2회 진행했던 대규모 정기 공채를 없애고 직무 중심의 상시 채용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10대 그룹 중에 정기 공채를 폐지한 것은 현대차그룹이 처음이다.

상·하반기 각 1회씩 연 2회 고정된 시점에 채용하는 기존방식으로는 제조업과 ICT 기술이 융복합하는 미래 산업환경에 맞는 융합형 인재를 적기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정 수석부회장 체재로 재편된 이후 회사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입사원 인사에서도 파격적 변화와 혁신을 꾀하는 모습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 초 그룹 시무식에서 “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경영 시스템과 유연한 기업 문화가 필수”라며 “일상에서부터 열린 마음으로 서로 다름의 가치를 존중하고, 새로운 시도와 이질적인 것과의 융합을 즐겨달라”고 제언했다.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이 채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차를 시작으로 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다른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채용문화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하고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