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한파에…고꾸라진 타이어·철강·소재 부품 협력사

by이소현 기자
2019.02.14 06:00:00

경북 포항 한 철강회사 제품창고에 열연코일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소현 남궁민관 기자]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부진하면서 부품업계도 일제히 수익성 악화에 씨름하고 있다.

완성차 판매가 정체에 빠지면서 여기에 납품하는 타이어, 철강, 부품 업체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전방산업의 부진은 곧 후방산업 수요 감소로 이어지며 동반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모양새다. 업체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완성차 판매 부진과 원화 강세, 원재료 가격 상승 등 자동차 업계가 겪고 있는 ‘삼중고(三重苦)’가 고스란히 전달됐다.

국내 1위 타이어업체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수요 둔화로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타이어는 작년 글로벌 연결 경영실적 기준 매출액 6조7954억원과 영업이익 7037억원을 기록했다고 13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0.3% 소폭 감소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3% 급감했다.

회사 측은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 수요 둔화로 인한 교체용 타이어 시장과 신차용 타이어 공급 감소가 수익성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중 무역분쟁으로 작년 중국은 세계 1위 자동차 생산국 지위를 유지했지만, 생산량은 전년보다 4.2% 줄어든 2780만9000대를 기록했다. 유럽의 배출가스 국제표준시험방식(WLTP) 도입 영향으로 독일의 생산량은 8.7% 급감한 563만9000대에 그쳤다.

중국 더블스타로 주인이 바뀐 금호타이어는 더욱 심각하다. 단가 조정 등 기존의 잘못된 경영 관행을 개선하는 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완성차업계의 업황 악화가 겹쳤다. 증권업계 실적 컨센서스(추정치)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작년 매출은 8.0% 감소한 2조6450억원, 영업손실 370억원으로 적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넥센타이어는 2년 연속 실적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연간 매출이 1조9840억원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 감소한 1826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16.1% 줄어 1052억원에 그쳤다.

대한타이어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국내 타이어 생산은 전년 대비 4.6% 감소한 8989만개로 잠정집계했다. 내수 경기 둔화와 더불어 일부 타이어 업체가 생산시설의 운영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면서다.



손이태 대한타이어산업협회 회장은 “우리 업계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자동차산업분야는 계속 판매 부진에 고전하고 있다”며 “그 여파로 자동차 부품업뿐만 아니라 우리 타이어 및 튜브업계도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업황은 여려 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가 0.1% 증가한 9249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타이어산업협회는 자동차용 타이어 판매를 전년대비 0.5% 증가한 9480만개로 예상했다.

자동차업계가 변화의 갈림길에 서면서 부품업체도 고스란히 영향을 입게 된다. 완성차 및 부품업체는 올해 중국정부가 1년을 유예한 끝에 추진할 전기차 의무판매제라는 새로운 환경에 직면한다. EU 환경 규제도 지속적으로 강화해 2021년부터 엄격한 환경규제에 직면한다.

대한타이어산업협회는 “완성차업체가 저수익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협력업체들의 어려움도 쉽게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며 “세계 자동차 산업의 횡보와 조만간 발표를 앞둔 미국의 자동차 관련 부품의 수입 규제 조사 여부 결과도 타이어 산업의 흐름에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와 건설 등 국내 주력 제조업들이 극심한 부침에 시달리는 가운데, 이들에게 원자재 및 소재를 공급하는 철강, 석유화학 등 후방산업 업체들 역시 시름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자동차, 건설업 침체 영향을 모두 끌어안은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해 연간 실적은 포스코를 제외한 현대제철, 동국제강 모두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각각 25%, 37% 감소하며 부진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강판 및 건설향 봉형강을 모두 생산하는 현대제철은 지난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국내 경기부양이 안되면서 고전을 이어가는 상황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 경제가 제일 안좋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올해 철근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315만(톤)t, H형강도 소폭 감소한 150만t으로 판매목표를 낮춰잡기도 했다. 자동차 강판 역시 원자재 가격 강세로 인상요인이 발생했지만, 현대기아차 해외시장 판매 감소로 오히려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자동차용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불안감도 높다. 효성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타이어의 주 원료인 타이어코드를 주요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부진에 따라 타이어업계가 침체하면 이들 업체 역시 악영향을 이어받게 되는 셈이다. 이중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경우 자회사인 코오롱글로텍이 중국 현대차에 자동차 시트를 공급 중으로, 매출액 비중이 80%에 이르는 상황. 한화첨단소재 역시 현대·기아차 비중이 60%에 달한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