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킹맘]할마·할빠 월급 70만원…최저시급 절반 안돼

by함정선 기자
2018.12.31 06:16:00

황혼육아 선호 이유…신뢰와 비용 때문
최저임금보다 못한 양육 수고비에 갈등도 생겨

일러스트=심재원(그림에다) 작가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맞벌이 부부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 등 아이의 조부모가 가까운 곳에 사는 경우다. 육아 도우미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양가 부모님들의 도움을 받는 가정을 두고 ‘행운’이라고 부를 정도다.

특히 조부모는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고 야근이나 회식 등으로 퇴근이 늦어도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갑자기 육아를 그만둬 발을 굴러야 하는 돌발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다.

무엇보다 맞벌이 부부는 조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황혼육아’의 가장 큰 장점으로 비용을 손꼽는다. 혈연 관계인 손주를 돌보는 일이라며 아예 비용을 드리지 않는 가구도 있고, 설사 육아 비용을 준다고 해도 육아 도우미를 고용하는 비용보다는 적게 드려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올해 발표한 ‘5060세대의 가족과 삶’ 보고서에 따르면 양육 황혼육아를 하고 있는 5060 세대 중 양육 수고비를 정기적으로 받는 경우는 34.9%에 그쳤다. 평균 수령액은 69만6000원이다. 육아 도우미를 구하는 비용이 많게는 200만원을 넘어서는 것을 고려하면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조부모 입장에서는 양육비를 두고 섭섭한 마음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5060세대의 48%는 황혼육아를 하게 된 이유로 ‘자녀가 마음놓고 직장생활이나 학업을 하게 도와주려고’라고 답했고, 16.7%는 ‘자녀가 아이를 전담해 양육하는 모습이 안쓰럽고 도와주고 싶다’고 답했다. 자녀를 향한 사랑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조부모들은 노후를 앞두고 새로운 인생을 준비해야 할 시기임에도 자녀를 위해 손주 육아를 결심하는데, 자녀들은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면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5060 세대 중 21.5%는 ‘육아를 당연하게 여기는 자녀의 태도’ 때문에 힘이 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특히 조부모들은 손주를 돌보며 체력적 한계와 시간 제약 등에 힘들어한다. 5060 세대 중 절반 이상인 55.6%(중복선택)가 황혼육아의 가장 힘든 점으로 ‘체력적 한계’를 꼽았고, 49.8%(중복선택)는 황혼 육아에서 ‘시간 사용 제약’을 선택했다.

조부모들은 아이를 돌보기 위해 자녀의 집에 매일 출퇴근을 하는 경우가 많아 육아 외에도 체력 소모가 크다. 황혼육아를 하는 5060세대의 25.1%는 아이를 보기 위해 자녀의 집을 방문하고 있다. 손주가 조부모의 집으로 오는 경우는 24%다. 특히 자녀는 없이 아이를 아예 집에서 살게 하면서 전적으로 맡아 키우는 비중도 22.5%에 이르렀다.

최근 조부모가 아이를 봐주셔도 양육 수고비를 드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으나 이를 하나로 모으거나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정마다 사정이 다른데다, 가족이라는 특수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를 보는 조부모가 섭섭한 마음은 별개로 양육 수고비를 거절하는 사레가 여전히 많다. 육아정책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이를 봐주는 조부모 중 절반가량은 자녀가 경제적으로 안정적으로 살기를 바라 양육 수고비를 받지 않는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