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조희연의 박원순 따라하기

by김소연 기자
2018.11.28 06:00:00

조희연 교육감 30일까지 인헌고 현장 방문
"왜 인헌고인가" 구체적 목적·취지 불분명
박원순시장 ''옥탑방 살이'' 따라하기 비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8월 30일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 앞에서 등교지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6일부터 30일까지 5일간 교육청을 비우고 혁신학교로 지정돼 운영중인 서울 관악구 인헌고로 출근한다. 직접 교육현장 부대끼며 혁신학교 발전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지난 여름 전국적인 화제를 모았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옥탑방살이’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박 시장은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 달을 살았다. 서울 시민들의 삶을 좀더 가까이서 지켜보겠다는 취지에서다. ‘서민체험’이라는 비난도 나왔지만 여론은 우호적이었다.

조 교육감이 인헌고로 출근하는 5일동안 조 교육감은 학교 구성원인 교사·학생들을 만나고 교직원 회의·학급 회의 등에 참여한다. 수업 참관도 하고 실제 교사로서 교단에도 선다. 교생 선생님이 하는 일들과 유사하다.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우려한 학교측 요구로 조 교육감의 학교 탐방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학교와 학생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며 교육정책을 고민하겠는 조 교육감의 의지는 환영한다. 하지만 대상과 방식에 문제가 있다.



인헌고는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다 폐교 위기까지 몰렸던 곳이다. 2012년 혁신학교로 전환한 뒤 자유로운 학교 분위기를 조성하고 창의적 교육 과정을 도입해 학교를 되살린 혁신학교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잘하고 있는 곳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당장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곳은 혁신학교가 아니다. 조 교육감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폐지를 추진하면서 해당 학교 및 학부모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들이 왜 자사고, 외국어고 폐지에 반대하는 지, 그리고 왜 부모들이 자사고와 외국어고에 자녀를 진학시키지 못해 안달하는 지를 이해하고 그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방안을 찾는 게 더 시급하지 않을까 싶다.

일주일간의 인헌고 출근이 혁신학교 홍보차원이라면 지금이라도 그만 두는 게 맞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에서 가장 낙후하고 개발이 필요한 곳에서 한달을 머무르면서 대책을 모색했다. 조 교육감이 교육청을 떠나 찾아야할 교육현장이 어디 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