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2년 반 됐는데 이용률은 0.5%..외면받는 '부동산 전자계약'

by권소현 기자
2018.11.20 04:00:00

절차 복잡하고 정보유출 우려 높아
중개소 인센티브도 없어 사용 꺼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들어선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이곳에 자리한 20곳이 넘는 공인중개업소 가운데 전자계약 시스템으로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이 가능한 곳은 7군데에 불과했다. 기자가 전자계약 얘기를 꺼내자 공인중개사들은 손사레를 치며 뭐하러 번거롭게 전자계약을 하려 하냐는 반응이었다.

정부가 부동산 전자계약을 도입한 지 2년 반이 지났지만 이용률은 0.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스템 이용 절차가 복잡한데다 홍보 부족으로 전자계약 자체를 알고 있는 이들도 많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부동산시장 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해 투기지역에서만이라도 전자계약을 의무화하자는 견해도 있지만 현행 법상 전자계약을 강제하기는 쉽지 않다. 전자계약 절차를 간소화하고 인센티브를 확대해 자발적으로 전자계약을 사용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전자계약 체결 건수는 1만3531건으로 같은 기간 부동산 매매거래(270만건)의 0.5%에 불과하다. 부동산 전자계약은 종이계약서와 인감도장 없이 휴대폰이나 공인인증서로 본인 확인을 하고 온라인 서명으로 계약을 체결하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2016년 4월 시범 도입한 이후 작년 7월 전국으로 확대됐다. 전자계약을 활용하면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임대차계약 확정일자 부여가 자동 처리되기 때문에 편리한데다 주택시장에 대한 정확하고 투명한 통계 확보도 가능하다.

전자계약이 좀처럼 확산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편리함보다 불편함이 더 크기 때문이다. 거래 당사자들의 본인 인증과 서명을 거처야 하는데 절차가 복잡하고 세원 노출이나 거래 정보 유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있다. 마포구 아현동 G공인 관계자는 “종이계약서의 경우 도장 찍고 송금하면 되는데, 전자계약은 본인 인증이나 전자패드에 서명해야 하는 등 절차가 다소 복잡한 데다 계약서상 내용이 모두 공개된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거래 당사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중개업소가 전자계약을 권할 이유도 없다. 매수인이나 세입자에게는 대출금리 인하, 등기수수료 할인, 확정일자 자동신고 등의 혜택이 주어지지만 중개업자가 받는 인센티브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값이 급등하는 시기에 부동산시장 상황을 좀 더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자계약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국정감사에서 투기지역 등 규제지역에 전자계약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부동산 시장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전자계약 활성화는 필수”라며 “거래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공인중개사에게 전자계약시 소득세를 낮춰준다거나 하는 파격적인 당근책을 제시해야 좀 더 빨리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