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SK·애경 배상 책임" 檢 재수사 나선다…공소시효 재산정 검토

by김보영 기자
2018.11.14 05:00:00

환경부 “SK 등 배상 책임 물어야…연구 결과 檢 제출 예정"
재조사 공소시효가 관건…“피해 인지 시점 기준으로 해야"

박천규 환경부 차관이 10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부를 대상으로 한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영 이승현 기자] 가습기살균제인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애경산업에 대한 검찰수사가 재개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주요 성분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MIT)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공개되자 해당기업들에 배상책임을 묻기로 했다.

그동안 환경부는 해당 물질의 유해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상 책임을 묻는 데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특히 환경부는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검찰에 관동안 학계에서 진행한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한 역학조사 연구 결과를 제출하고 재수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독성실험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13일 “SK케미칼과 애경산업과 관련한 검찰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만간 학계 차원에서 도출한 연구결과들을 취합해 검찰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2016년부터 수행한 정부 차원의 독성실험 조사 결과들을 전문가 소견 등을 참고해 검찰에 제출하고 적당한 시기에 국회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공개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의 관계자는 “환경부의 연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환경부로부터 조사결과를 받고서 본격적인 수사 재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앞서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부 종합감사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책임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환경부는 SK와 애경이 제조·판매한 CMIT/MIT 함유 제품 단독 사용자에게서도 옥시제품에 쓰인 독성물질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로 인한 피해자와 동일한 질환이 나타났기 때문에 해당 기업 제품 사용으로 인한 폐손상 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정부가 피해를 공식 인정한 만큼 SK와 애경도 그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동물실험에서 CMIT/MIT의 독성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험에 사용된 쥐의 종(種) 특이성으로 인해 확인되지 않은 동물실험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고, 해당 물질의 독성이 사람에게는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며 “환경부는 이미 지난 2012년 9월부터 CMIT/MIT를 유독물질로 지정해 관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CMIT/MIT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학계 연구결과들도 최근 잇따라 발표됐다.

대구가톨릭대 GLP(비임상시험기관)센터 박영철 교수 연구팀은 한국환경보건학회지 10월호에 ‘가습기 살균제 CMIT·MIT의 기도 점적투여를 통한 임신마우스의 사산에 대한 영향’이란 제목의 논문으르 발표했다. CMIT/MIT는 그간 역학조사를 통해 위험성은 인정됐지만 독성실험을 통해 유해성이 확인된 적이 없었고, 유입 시 체내 이동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박 교수 등은 이 논문에서 “임신한 실험 쥐의 기도를 통해 CMIT/MIT를 주입하는 실험을 한 결과 폐를 거쳐 전신 혈관계 및 태반 등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태반을 통해 뱃속 새끼쥐의 사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미생물, 동물 그리고 인체 등에서 종 간 차이없이 독성을 유발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아산병원 연구팀도 최근 국제학술지에 2012년 돌 무렵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뒤 폐질환이 시작된 쌍둥이 자매의 병증을 연구한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아산병원 연구팀은 이들 자매가 앓는 병증이 전형적인 가습기살균제 폐질환과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를 진행한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 교수는 “의학계는 사람의 소견이 동물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사람에게 미칠 독성이 없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며 “동물실험은 상당히 일방적 조건의 실험”이라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회원들이 8월 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대통령 사과 1년 평가 및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환경부는 독성실험결과와 상관없이 이들 기업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법무부와 검찰에 제출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미 검찰 등 기관에 수차례 재조사를 요청하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며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마지막으로 판매된 2011년이 아닌 제품에 피해를 입은 것을 인지한 날을 기준으로 공소시효(7년)를 계산하도록 검찰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SK케미칼과 애경이 받은 제재는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SK케미칼 측에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내린 시정명령과 과징금 3900만원이 전부다. 공정위가 당시 시정명령과 함께 SK케미칼과 애경 등을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나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2016년 9월)를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정부 차원의 독성실험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입장 표명을 미뤘다.

이에 대해 SK케미칼 관계자는 “정부의 모든 조사 결과가 종결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애경산업 관계자 역시 “3·4단계 피해자에 대해서는 지난해 특별구제계정 분담금을 납부했고 2단계 피해자와는 만남을 가지고 있다”며 “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피해자들과 논의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