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해소…한화 3세 경영능력 '시험대'

by남궁민관 기자
2018.06.07 05:20:00

논란 꼬리표 떼고 '진검승부'
김동관 전무, 큐셀서 태양광 지휘
김동원 상무, 생명서 핀테크 주도
3세 경영능력 증명할 판 마련된 셈
중장기 지주회사 체제 가능성 높아
경영성과 따라 승계작업 빨라질듯

한화그룹 오너 3세 김동관(오른쪽) 한화큐셀 전무와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이데일리DB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한화그룹이 ‘앓는 이’ 한화S&C 일감몰아주기 해소에 팔을 걷어붙였다. 일감몰아주기는 그동안 한화 오너 3세들에 꼬리표처럼 따라붙어왔던 논란으로, 이번 해소 방안 발표로 향후 이들의 경영활동에 힘이 붙을 전망이다.

특히 한화그룹은 경영기획실을 해체하고 ㈜한화의 그룹 내 역할을 강화하며 향후 지주회사 체제를 예고하기도 했다.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통해 오너 3세들의 경영활동에 힘을 보태는 동시에, 향후 점진적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논란없는 경영승계를 이뤄내기 위한 정공법으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0월 한화S&C를 기존 존속법인(H솔루션)과 사업부문(한화S&C)으로 물적분할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 다시 한화S&C를 한화시스템과 합병키로 결정했다. H솔루션과 한화S&C 물적분할 당시 H솔루션은 지분 44.6%를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매각했으며 합병 이후인 지난 5일 H솔루션은 합병법인의 지분 11.6%를 추가적으로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매각했다. 일감 몰아주기를 완전히 해소하게 됐다.

이같은 조치는 오너 3세들의 경영활동에 큰 힘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H솔루션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김동관 50%, 김동원 25%, 김동선 25%)를 보유한 회사로, 자회사인 한화S&C의 일감 몰아주기는 곧 이들에게 회사의 이익을 몰아주는 것 아니냐는 사익편취 논란으로 이어져왔다. 때문에 이번 일감몰아주기 해소는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제거하는 동시에 경영활동에 대한 재평가를 끌어낼 기회로 여겨진다.

한화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왔던 경영기획실 해체 역시 오너 3세들의 경영활동을 빛나게 할 계기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31일 경영기획실 해체를 주요 내용으로 한 경영쇄신안을 함께 발표했다. 각 계열사별 이사회를 강화해 투명하고 독립적인 경영활동을 전개하겠다는 목적이다.

현재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전무는 한화큐셀에서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차남 김동원 상무는 한화생명에서 또 다른 먹거리 핀테크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같이 각 계열사별로 경영활동을 전개 중인 오너 3세들에게는 오히려 자신들의 독립적 의사결정을 발휘, 경영능력을 증명할 적합한 판이 마련된 셈이다.



한화그룹의 향후 경영승계 행보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통해 오너 3세들의 경영활동에 힘을 보탠 데 이어 경영기획실 해체하며 ㈜한화에 지주회사 역할을 맡겼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는 앞서 조현준 회장과 정기선 부사장의 경영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효성과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사례와 비교 가능하다.

재계에서는 향후 한화그룹이 중장기적으로 ㈜한화와 H솔루션의 합병 등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 및 경영승계를 추진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현재 김동관 전무의 ㈜한화 지분율은 4.4%, 김동원 상무는 1.7%에 그치는만큼, H솔루션과 합병을 통해 ㈜한화 지분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 H솔루션 역시 ㈜한화 지분의 2.2%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H솔루션의 기업가치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 현재 ㈜한화와 H솔루션의 자본 차이는 15대 1 수준으로 합병이 이뤄지더라도 실질적인 ㈜한화 지분확대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즉 김동관 전무의 경영 성과에 따라 이같은 시나리오의 추진 시점이 결정될 전망이다. H솔루션은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화에너지는 한화종합화학의 최대 주주(39.16%)다. 또 한화종합화학은 한화큐셀코리아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H솔루션이 직접 한화큐셀코리아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한화큐셀코리아의 활약에 따라 H솔루션의 자본 역시 증가할 수 있다.

금산분리 규제 역시 풀어야 할 복잡한 숙제다. 현재 ㈜한화가 보유하고 있는 한화생명 등 금융 계열사들의 지분을 해소해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향후 금융지주회사를 분리하는 작업이 뒤따를 전망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에 몸담고 있는 김동원 상무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병 결정 및 경영기획실 해체는 일감몰아주기 해소와 각 계열사 경영의 독립성 및 투명성 확보에 오롯히 초점을 맞췄다”며 “㈜한화와 H솔루션의 합병, 그리고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