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먹튀 우려 가상화폐 거래소, 기술연동제로 가야”

by김현아 기자
2017.12.27 05:42:26

블록체인 기술 없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해킹에 취약
기술 검증 받은 거래소만 거래액 상향조정되는 '기술연동제' 도입해야
한국형 블록체인 기술 개발 필요성도 제기..과기정통부 제역할 해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크리스마스 연휴 때 블록체인 시세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정부의 가상통화 대책이나 거래소 차원의 민간 자율 대책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의 가상화폐 거래소는 ‘P2P 분산’이라는 블록체인의 기술을 따르지 않아 해킹에 취약하고 내부자 거래도 완전히 막을 수 없으니 ▲기술연동제를 도입하고 ▲한국형 블록체인 기술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서비스 중인 거래소는 그대로 두고 1인1계좌 입출금 관리 등 보완 대책을 마련한 (사)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김화준, 김진화 공동대표) 입장과 차이가 크다.

왼쪽부터 한호현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홍준영 한국핀테크연합회 의장, 한동수 KAIST 전산학부 교수다.
홍준영 (사)한국핀테크연합회 의장은 어제(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초광풍의 본질적인 문제는 대부분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발생한다”며 “이들은 블록체인의 분산, 공개, 투명이라는 본질과는 너무나 다른 보안기술로 운영한다. 고객보호대책은 매우 부실하고 거래도 불공정·불신뢰 내부거래가 만연해있다”고 지적했다.

코인네스트, 코인이즈, 코빗, 빗썸, 에스코인 등 대부분의 국내 거래소들은 중앙화 된 방식을 택하고 있어 해커의 타킷이 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거래 당사자들의 암호화키를 거래소가 보관하고 수신하는 데서 생기는 문제다.

이에 대해 (사)한국블록체인협회 측은 ‘중장기적으론 P2P 분산 거래소 방식으로 가야 하지만, 당장 간다면 세원 확보나 수사 같은 것들이 전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이나, 홍 의장은 반박했다.

홍준영 의장은 “블록체인협회 측 주장은 고객이 불편해져 인기가 사그라질 것이라는 우려에 불과하다. 기술은 과기정통부에서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고 제도정비는 금융위와 기재부가 바로 잡아야 한다”며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기술연동제’를 제안했다.

‘기술연동제’란 블록체인의 본질인 P2P 거래소를 구축해 운용하는 거래소에는 정부가 R&D를 최대한 지원하고, P2P 거래소 운용혁신이 미진한 거래소에는 거래액을 거래소 자기자본 책임 한도 내에서만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공인된 검증기관이 기술을 인증하게 해서 인증받은 거래소만 거래액이 상향조정되는 방식이다. 이리되면 국민은 해킹이나 먹튀 걱정 없이 안전하고 신뢰성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한호현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현재의 가상화폐들은 마치 (몇 천원인데 중간에 1만원 짜리 카드가 끼어 있는) 유희왕 카드처럼 신뢰성이 없다”며 “(현재의)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해서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형 블록체인 기술을 누가 만들고 보완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은 거래소 업자의 이익만 늘고 글로벌 가상화폐의 주도권을 갖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비슷한 취지로 최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를 블록체인과 섞어 보지 말고 분리해 봐야 한다”며 “블록체인은 내년에 과기정통부가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분야”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혁신성장동력 후보과제로 스마트공장, 스마트농업, 자율운항선박과 함께 블록체인을 들여다보고 있다.

정밀한 실내위치기반 기술(KAILOS:카이스트 GIPS 실내위치기반기술)과 오픈소스 블록체인 기술을 융합한 3세대형 한국형 블록체인 플랫폼(한류코인)을 개발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이 기술은 대량의 P2P 거래 등으로 글로벌 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거래 당사자 간의 거래시점 위치를 쉽게 추적해 거래 유효성 정보데이터(UTXO)와 함께 공동 보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대용량의 유효한 거래 내역들을 투명하게 볼 수 있어 탈세나 범죄 악용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한동수 KAIST 전산학부교수는 “블록체인의 익명성이나 분산성 때문에 문제 발생 시 즉각적인 파악이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실내위치기반 기술을 접목하면 이상한 트랜젝션을 잡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