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NS에 떠도는 누명, 피해자는 어떡하나

by논설 위원
2017.11.24 06:00:00

대자보를 붙여 교수에게 성추행 누명을 씌운 대학생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한다. 미처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들어 주변 사람을 헐뜯는가 하면 여론재판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우리 현실에 경종을 울려준 판결이다. 이 대학생은 지난해 대학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에서 미술학과 교수가 야외 스케치를 마친 뒤 술자리에서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로 인해 해당 교수는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안타까움을 더해주는 사건이다.

문제는 해당 교수가 성추행을 했다는 대자보의 내용 자체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건이 확대되면서 경찰과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결과 여학생에게 성추행을 한 사람은 다른 교수로 확인됐다고 한다. 그런데도 해당 학생은 문제의 대자보를 통해 단순한 의혹 제기 차원이 아니라 마치 목격자와 증거사진도 있는 것처럼 표현함으로써 당사자가 반박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혐의를 기정사실화했던 것이다. 근거도 없는 소문을 퍼뜨려 애꿎은 피해자를 만든 셈이다.



비슷한 사례는 우리 현실에서 너무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지금도 인터넷과 페이스북, 카카오톡을 비롯한 SNS에 떠돌아다니는 온갖 고발과 성토 중에서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내용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설혹 사실이 아니라고 판명된 경우에도 여러 사람이 호기심으로 여기저기 전달하게 됨으로써 계속 퍼져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가수 김광석씨의 부인 서해순씨의 딸 유기치사 의혹도 마찬가지 경우다. 남편에 딸까지 잃은 마당에 엉뚱한 누명까지 뒤집어써야 했던 것이다.

어떤 문제가 터져 나올 경우 누구라도 공개 토론회나 SNS, 학교 게시판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내용이 사실에 부합되는 것이 아니라면 자칫 사회적인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요즘처럼 전파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마녀사냥이 이뤄질 우려도 커지기 마련이다. 오히려 건전한 여론 형성에 위협을 끼치게 된다는 얘기다. 당국의 사후 단속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파장에 대해 개개인의 책임의식이 요구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