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한방울로 임신기간 측정…정밀한 진단기기 "美·유럽도 반했죠"

by강경훈 기자
2017.10.25 06:00:00

최의열 바디텍메드 대표가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바디텍메드 제공)

[춘천=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보통 임신 테스트기는 임신 여부만 알 수 있지만 우리 제품은 임신 몇 주인지 측정이 가능합니다. 형광물질과 레이저를 이용해 hCG(인간융모막성생식샘자극호르몬)의 양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디텍메드(206640)는 국내 대표적인 ‘교수 창업 기업’으로 손꼽힌다. 최의열 전 한림대 바이오메디컬학과 교수가 1998년 창업했다. 이 회사는 진단검사기기 제조를 전문으로 한다. 특히 현장진단기기가 강점이다. 현장진단기기는 소형이라 간편하긴 하지만 대형장비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다. 최 대표는 “대형 장비는 혈액을 원심분리기로 돌려 필요한 성분만 뽑아서 검사를 하는데 현장진단기기는 이런 전처리 과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종합병원 진단검사실에 있는 각종 장비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호가한다. 진단검사장비 시장에서 이런 대형장비 시장은 70%에 이르고 최소 40년 이상 업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 5~6곳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는 “감염병 창궐이나 분초를 다투는 응급실 등 긴박한 상황에서 대형장비는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며 “현장진단은 급한 상황에서 빨리 질병 유무를 판별해야 할 때 요긴해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진단기기는 5~10분이면 질병 유무를 판별할 수 있다.

소형 현장진단기기의 관건은 정확한 진단이다. 아무리 결과가 빨리 나와도 틀린 결과라면 무용지물이다. 바디텍메드의 핵심 기술이 바로 이 점이다. 검체에 형광물질을 입혀 레이저로 이를 측정한다. 그는 “혈액이나 소변 등 검체에 레이저를 쏘면 각 성분에 따라 빛이 퍼지는 방향이나 크기가 모두 다르다”며 “바디텍메드는 검체에 형광물질을 붙여 레이저로 정확한 양을 측정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혈액검사를 위해 주사기로 채혈하지 않고 가정용 혈당기처럼 피 한두 방울만 가지고 정확히 질환을 측정할 수 있다.

바디텍메드는 특정 항원과 항체의 반응을 이용한 면역진단이 특히 강점이다. 항체엔지니어링을 전공한 인력이 있어 필요한 항체를 직접 생산한다. 최 대표는 “항체는 매출원가의 35% 정도를 차지하는 핵심 재산”이라며 “적은 양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도록 항체의 민감도를 높이는 것도 핵심기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50여개 항체를 직접 개발했다. 판별할 수 있는 질병이 50여개라는 의미다. 폐렴구균, 패혈증, 독감, 간염 같은 감염질환을 비롯해 각종 당뇨병 지표, 혈전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질환, 간암·전립선암·대장암 등 암을 판별할 수 있다. 바디텍메드는 진단기기와 검사 카트리지를 모두 직접 개발한다.



소형진단기기인 ‘아이크로마’는 기기 하나로 37종류의 질병 분석이 가능하고, 자동화기기인 ‘아피아스 50’은 샘플 50개를 한번에 분석할 수 있다. 호흡기 감염 진단기기인 ‘트리아스’는 소량의 침이나 가래로도 독감 같은 질병 판별이 가능하다. 다양한 기능의 제품 라인을 보유할 수 있는 원동력은 R&D 집중에 있다. 바디텍메드는 전 직원 290여명 중 100여명이 R&D 인력이다. 기기설계, 전자제어, 광학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등 분야가 다양하다. 매출의 약 13% 정도를 R&D에 투자한다.

바디텍메드의 지난해 매출은 550억원. 이중 진단기기가 12%, 소모품인 카트리지가 80%를 차지한다. 매출의 98%를 중국, 미주, 중동 및 북아프리카, 유럽 등 해외에서 올린다. 최 대표는 “고무적인 것은 중국 비중이 지난해 45%에서 올해 상반기 39%로 줄어들었고 특히 암 관련 제품의 비중이 커지면서 미국과 유럽의 매출이 늘었다는 점”이라며 “국내 매출은 2% 정도에 불과하지만 매년 100% 이상 성장할 만큼 국내에서 빠르게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바디텍메드는 지난해 대장암 진단키트 전문업체인 미국의 이뮤노스틱스를 170억원에 인수한 뒤 20억원을 더 투자해 자동화 생산설비를 완공했다. 지금까지 대장암 진단기와 갑상선질환 진단기에 대해 미 식품의약국(FDA)의 인증을 완료했고 빈혈진단기는 인증을 앞두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제품 인허가와 생산설비를 모두 갖춘 만큼 본격적인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중국도 광서 공장에서 신제품 위주로 제품 라인을 구축해 신제품 위주로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현재 집중하고 있는 면역진단 외에 분자진단이나 타액진단 등 검체를 다양화한다는 전략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7월 분자진단 업체인 유진셀, 타액진단 전문기업인 미리메딕스를 인수했다. 그는 “기존 대형 진단기기가 분석하던 모든 질환을 현장진단기기로 대체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며 그렇게 되면 의원급 의료기관도 경제적인 부담 없이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디텍메디 자동화 진단장비 ‘아피아스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