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팁]겨울 한복판에 핀 '제주 봄마중 10곳'
by강경록 기자
2017.01.29 06:33:00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2월은 여전히 겨울 한복판이다. 하지만 제주는 다르다. 제주에서는 봄맞을 채비를 하는 때가 바로 2월이다. 이에 제주관광공사에서는 2월을 맞아 ‘신들과 함께 봄맞을 채비를 하는 제주’를 주제로 축제, 트레킹, 관광지, 오름, 음식 등 5가지 테마로 가볼만한 10곳을 선정, 발표했다.
◇신들의 고향 제주에서 만나는 축제
제주의 2월(음력 1월)은 각 마을마다 시작되는 굿으로 분주하다. 새해 첫 ‘신년과세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1만8천 신들의 고향답게 제주에는 풍부한 무속이 전해지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무속이 바로 ‘굿’이다. 제주에는 마을마다 신들이 거처하는 장소인 당(堂)이 있으며 이곳은 마을을 수호하고 모든 일을 관장하는 신을 모신 성소이며, 제사장소다. 이 중 신들의 고향으로 알려진 송당에서 소천국과 금백주가 혼인하여 아들 18명, 딸 28명, 손자들을 낳았다. 바로 이들이 제주도의 각 마을에 흩어져 각각 본향당신이 되었다고 한다. 새해가 되면 ‘신년과세제’를 드리는데 이 제사는 다른 제사 때보다 규모가 아주 크다. 송당본향당에서는 음력 1월 13일(2월9일)에, 와흘본향당에서는 음력 1월 14일(2월10일)에 대제를 지낸다. 와흘본향당은 출입이 제한되어 있지만 당제가 열릴 때에 한해 방문이 가능하다. 또한 탐라시대부터 이어지는 제주도 유일의 전승문화축제인 탐라국입춘굿은 도민들의 평안과 풍요를 기원하는 행사다. 2월3일(금)에는 제주목관아 및 원도심 일원에서 열림난장, 춘등걸궁이 2월4일(토)에는 춘경문굿과 입춘굿이 열린다.
◇겨울꽃 매화를 보다, ‘휴애리·노리매·한림공원’
열매를 강조하면 매실나무가, 꽃을 강조하면 매화나무가 되는 나무.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강직하게 꽃을 피우는 꽃과 은은한 향기는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눈 속에 핀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설중매’, 매화는 문인들과 화가들이 좋아한 꽃이었는데 선비들은 매화가 지닌 강직함처럼 지조와 절개를 드러내기 위해서 매화를 자주 그렸다고 한다. 제주의 2월은 온통 팝콘처럼 소담하게 피어난 매화축제로 들썩인다. 휴애리와 노리매, 한림공원에서는 매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겨울의 끝자락, 꽃을 배경으로 한 인생샷과 은은한 향기를 만끽하고 싶다면, 매화가 정답이다.
◇제주를 휘감은 아름다운 불빛
춥고 어두운 겨울밤을 아름답고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빛의 축제 루미나리에. 2만여 평의 허브동산이 300만개의 빛으로 꾸며져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야경을 만들어냈다. 용, 핑크돼지, 백호, 소망나무 등 조형물들도 귀엽고, 특히 힐링하우스 외벽에서 선보이는 미디어파사드는 건물 전체가 움직이는 듯한 연출로 신기함을 자아낸다. 일출랜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동굴 미디어 아트를 선보인 의미있는 곳이다. 일출랜드의 천연동굴인 미천굴에 빛으로 색을 입힌 ‘미천굴 미디어아트전’은 어둠속에서 더 아름다운 빛의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볼거리다. 동굴 속에 활짝 핀 하얀 꽃밭, 무지개빛으로 덮은 동굴 등 미디어 예술과 자연의 콜라보레이션을 추구하는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는 10년 동안 계속해서 업드레이드 될 예정이다.
◇눈 덮인 돌담 걷기
까만 현무암 돌담 위로 침묵한 채 내려앉은 눈을 본 사람은 아마도 제주의 겨울을 잊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밭을 따라 길게 펼쳐져있는 밭담 위의 눈을 바라보고 있을 때, 세상의 모든 소음을 흡수할 것처럼 단순한 흑백의 조화가 가져다주는 감정은 평안 그 자체이다. 바당밭으로, 빌레왓으로 삶의 걸음을 재촉해야 했던 김녕·월정 지역의 주민들의 삶을 마주하게 되면 이 겨울이 주는 평안함이 왜 그리 달콤쌉쌀한지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길과 마을에 따라 펼쳐지고 이어지는 풍경을 보며, 또 지질트레일을 따라 걸으며 척박한 땅을 일구고 살아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아마도 겨울이 아닌가 싶다.
◇밭담과 당근, 겨울의 색
모든 땅이 죽어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겨울, 땅 위로 봉긋이 솟은 주황색 당근은 생명이자 기쁨을 주는 땅의 선물이다. 구좌읍에 있는 말미오름 정상에 오르면 다양한 색깔로 누빈 조각보처럼 펼쳐져있는 밭이 시야에 들어오고, 그곳에서 주황색으로 칠해놓은 듯한 밭을 볼 수 있는데, 밭에 심어놓은 당근들이다. 두산봉이라고도 불리는 말미오름은 올레길 1코스의 하이라이트로 알려져 있는데 우도를 바라볼 수 있는 지미봉과 마주하고 있다. 오름은 높지 않아 오르내리는데 30분 정도 걸린다.
◇얼음새꽃을 품은 겨울 숲
길게 뻗은 삼나무숲길의 풍광으로 제주의 대표 명소로 떠오른 사려니숲의 겨울에는 눈을 뚫고 피어나는 노란 꽃이 숨어있다. ‘복수초’로 알려진 작고 단아한 노란 ‘얼음새꽃’은 겨울 트래킹을 선택한 사람들만이 발견할 수 있다. 사려니숲은 비자림로를 시작으로 물찻오름과 사려니 오름을 거쳐가는 삼나무가 우거진 숲길이다. 황폐화되기 시작한 산림도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사람이 다니는 길로 만들었는데 이제는 제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길이 되었다. ‘사려니’는 ‘신성한 숲’ 혹은 ‘실 따위를 흩어지지 않게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라는 뜻으로 숲길을 거닐면 상쾌한 삼나무 향에 포개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해발 500~600미터에 평탄하게 이어지는 산책길을 따라가며 만나는 얼음새꽃은 2월에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서귀포 앞바다와 한라산 설경을 함께 보다
겨울 속으로 숨어버린 한라산. 하얀 설경을 그림자처럼 드리우고 사라진 바람에 겨울의 한라산은 어느 때보다도 더 빛난다. 이런 한라산의 겨울 풍경과 서귀포 앞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오름이 있다. 바로 군산 오름이다. 산방산, 중문 시내와 바다, 한라산을 모두 볼 수 있고, 사방을 둘러보며 제주 전체의 풍광을 볼 수 있어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자주 이곳에 오르기도 한다. 특히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오름이라는 점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봄이 시작되는 바다
바람이 적고 기온이 다른 지역보다 높아 따뜻한 겨울을 지낼 수 있는 곳. 때문에 외돌개에서 소나무 해안길을 따라 돔베낭골로 이어지는 해안길을 따라 걸으면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온 듯한 인상을 받는다. 기묘한 형태의 해안 절벽과 드넓게 탁 트인 바다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해안으로 제주어로 도마를 뜻하는 돔베처럼 잎이 넓은 나무가 많아 돔베낭골이라고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특히 바위 틈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는 맑고 깨끗해 과거 마을 사람들의 중요한 식수원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담백하고 시원한 영양식 ‘옥돔’
제주를 대표하는 생선은 옥돔이라고 부를 만큼 옥돔은 제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옥돔은 지방이 적고 살이 단단해 담백한 맛이 일품이며 여기에 신선한 제주산 무가 더해서 추운 겨울에 식욕을 돋우기에 좋다. 옥돔마을 태흥2리는 겨울에 따뜻하고 평온한 동네로 집집마다 아름답게 조경을 해놓아 마을 전체가 아기자기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맛있는 옥돔이 잡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매일 낮 12시부터 당일바리 옥돔을 경매한다. 당일바리 옥돔이란 매일 새벽 인근 바다로 나가서 잡아오는 옥돔으로 냉동이 아닌 활어로 살이 탱탱해 맛이 뛰어나고 품질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이 주는 천연비타민 충전
겨울은 자연이 만들어준 천연비타민이 온 제주에 넘치는 계절이다. 특히 설탕이나 색소를 넣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한라봉 주스를 맛보기에 가장 좋은 때. 제철 한라봉은 비타민 C가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며 피부톤이 맑아지고 탄력이 생기는 효과가 있고, 한라봉에 함유된 구연산은 피로를 해소시켜주고 피가 산화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주스를 파는 카페는 물론 서귀포매일올레시장 등 재래시장에서도 판매되고 있으니 천연비타민으로 겨울을 거뜬히 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