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00만원, 용역 끝나면 해고…'박사들의 무덤' 정부 출연硏

by박진환 기자
2016.05.13 06:30:00

25개 정부 출연연구기관 정규직 49% 뿐
2012년 이후 신규채용 10명 중 7명이 비정규직
''비정규직 정원제'' 규제에 학연생으로 빈자리 채워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정부 출연연구기관의 비정규직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1~3년간의 프로젝트 기간에만 연구자를 채용했다가 연구용역이 끝나면 해고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비정규직 해고로 발생하는 업무 공백은 비정규직보다 처우가 열악한 학연생이나 박사후연수생들이 채우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최원식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25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 근무 중인 인력 2만 3217명 중 51%인 1만 1771명이 비정규직이다. 기간제 등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9366명(40.3%), 파견·도급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2405명(10.4%)이다. 직접고용 비정규직만 따져봐도 국내 전체 공공기관 직접고용 비정규직비율(10.9%)보다 4배나 높다.

특히 정부가 출연연 등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보다는 근시안적 대책을 내놓으면서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명호 한국공공연구노동조합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해법으로 ‘비정규직 정원제’를 도입한 이후 대부분의 출연연이 정규직을 채용을 늘리는 대신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빈자리를 학연생 등으로 채우고 있다”며 “이들은 학생 신분이라는 이유로 4대 보험은 커녕 최소한의 노동3권마저 보장받지 못한 채 사고 가능성이 상존하는 위험한 실험현장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부처가 공공연구기관에 대한 손쉬운 관리를 위해 공모방식의 연구과제를 경쟁적으로 진행하면서 각 출연연이 단기성 프로젝트 사업에 집중했고, 그 결과 출연연이 학생 연수생과 같이 비정규직보다 더 열악한 채용 형태를 선호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신 위원장은 이어 “독일 등과 같은 선진국들은 해당 연구기관의 고유업무에 연구예산을 지원하는 블루펀딩 방식을 선호한다”며 “우리나라는 관료들이 통제가 쉽다는 이유로 공모 방식의 경쟁과제로 예산을 집행해 프로젝트성 사업 및 인력구조를 갖게 되면서 연구 및 고용의 연속성이 저하되고 학연생과 같은 단기 고용만 부채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정부 출연연의 경우 딴나라 얘기다. 2012년부터 2015년 6월까지 출연연에서 뽑은 연구직 인력 5903명 중 4197명(71.1%)이 비정규직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해진 의원(새누리당)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25개 출연연이 제출한 2014년 정규직 전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2.1%인 197명만 정규직화됐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정규직 정원이 워낙 적다보니 학연과 인맥 등 배경이 좋은 박사들만 정규직으로 채용되고, 나머지 연구원들은 학연생 신분으로 정규직의 3분의 1 수준의 급여만 받은 채 각종 산재와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다”며 “이런 근무환경에서는 절대 ‘알파고’와 같은 연구성과를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