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유재희 기자
2016.01.24 09:15:53
블록딜 제외시 작년 12월 2일부터 35일 연속 순매도
이 기간 순매도 금액 6.3조에 달해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株 매도 두드러져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도세가 심상치 않다. 외국인은 작년 12월2일 이후 줄곧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중 순매도규모만 해도 6조3000억원에 달한다. 중국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국제유가 폭락에 따른 산유국의 오일머니 회수, 중국 위안화 절하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그에 따른 달러화 강세와 원화 약세로 이어지는 환(換)리스크 확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2일부터 지난 22일까지 단 하루를 제외하고 유가증권 시장에서 연일 매도 행진을 보이고 있다. 6일 한국항공우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순매수 전환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35일 연속 매도다. 이는 역대 최장기간이다. 이 기간 누적 순매도 규모는 총 6조2898억원 수준이다. 외국인의 집요한 매도 행진으로 코스피지수 하락률만 7%에 달한다.
외국인은 특히 삼성 그룹주에 대한 매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가 매도 상위 1~2위를 기록한 가운데 매도 금액만 각각 1조9099억원, 6136억원으로 총 2조5235억원 규모다. 이 기간 주가 하락률은 각각 11.6%, 15%를 기록하며 코스피 하락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호텔신라(008770)(3300억원)와 삼성생명(032830)(2717억원), 삼성화재(000810)(2555억원)도 매도 상위 10위내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호텔신라 주가는 한 달 보름 만에 30% 가까이 급락하며 52주 신저가를 연일 갈아치우기도 했다.
외국인은 포스코(005490)도 3912억원 어치 팔면서 8.3%의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현대차(005380)(2949억원), KODEX 200(069500)(2941억원), 현대모비스(012330)(2426억원), 네이버(035420)(2185억원)에 대해서도 2000억원대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순매도 기조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글로벌 경기 불안감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의 적자로 국내 증시에서 오일머니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국제유가 하락이 본격화된 지난해 6월 이후 외국인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15조원을 순매도했다. 이 중 사우디아라비아 자금의 순매도 규모가 약 4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30% 가량을 차지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8개월간 외국인 순매도액 중 산유국 비중이 70%를 차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재정수입 대부분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사우디는 유가폭락 여파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지난해 6.7%에서 올해 17.3%로 올라갈 전망”이라며 “저유가가 지속되면 5년 내 보유자산이 거의 고갈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사우디는 올해 한국 증시에서 1조5000억원 이상 매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원유 공급과잉에 따른 유가 하락과 중국 성장둔화 등의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때문에 외국인의 순매도 기조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