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방사능 공포]①댁의 식탁은 안녕하십니까

by이학선 기자
2013.08.30 08:03:58

日 원전 오염수 누출 이후 수산물 판매 40% 감소
정부 검증 강화 나섰지만 국민들은 "못믿겠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누출을 계기로 일본에서 수입한 식품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이학선 천승현 기자] 아들과 딸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윤 모(35)씨. 그에게 육아용품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첫 아이에게는 그가 가입한 인터넷카페 회원들 사이에 칭찬이 자자했던 일본산 기저귀를 입혔다. 일본 원전 사태 이후에는 달라졌다. 작년에 태어난 둘째에게는 국산 기저귀만 채운다. 윤 씨는 “마트에 가도 그(일본산) 기저귀에는 손이 가질 않는다”고 했다.

윤 씨는 최근 인터넷에 돌고 있는 일본 방사능 괴담을 본 뒤 걱정이 늘었다. “생선은 잘 안먹어요. 여름이라 그렇기도 하고, 또 요새 일본 원전 뉴스가 계속 나오잖아요. 아이들도 먹는건데 왠지 불안해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누출을 계기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주부들 사이에선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각종 추측이 그럴듯하게 포장돼 확대 재생산되고, 수산물은 물론 과자·맥주·화장품까지 일본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선 학교급식 거부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대형마트에서 일본산 제품은 찬바람을 맞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수입 기저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5% 줄었다. 특히 일본산은 13.6% 줄어 감소폭이 컸다. 일본산 간장이나 된장 등 수입 소스 매출도 16.3% 줄었다. 수산물 소비 기피 현상도 두드러진다. 이달 들어 이마트의 갈치, 고등어, 명태 등의 수산물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40% 이상 감소했다.



정부는 수입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하지만 시중에 떠도는 소문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인 느낌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주 열린 ‘방사능 오염식품 안전관리 대책회의’에서 “오염수 대량유출 소식이 전해지면서 SNS를 중심으로 근거없는 괴담이 나오고 있다”며 불안감의 원인을 ‘괴담’ 탓으로 돌렸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한 모(41·남)씨는 “국민들 밥상과 관련한 문제를 괴담이라고 일축하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며 “과도한 불안감도 경계해야겠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덮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오염수 유출상태, 방사능 농도, 해양생태계에 미칠 영향 분석, 실측자료 등을 일본 정부에 요구했지만 아직 받지 못한 상태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원산지 표기와 일본 정부의 검사 증명서를 못믿고 있다면 정부가 신뢰를 줄 수 있는 검증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검사대상을 확대하거나 수입을 중단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