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백화점, 해외 유명브랜드 `짝퉁 사은품` 논란
by문정태 기자
2012.01.18 07:49:09
弗브랜드 `롱샴` 유사한 가방 1000개 고객에 나눠줘
백화점 "알고 있었지만, 베낀 것 아니라고 판단해 제공"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1월 18일자 01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문정태 기자] 국내 한 유명 백화점의 사은품이 짝퉁 논란에 휩싸였다. 현대백화점이 해외 유명 브랜드가 국내에서 판매중인 가방과 기능·디자인이 비슷한 가방을 만들어 고객 사은품으로 나눠 준 것.
현대백화점은 사은품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롱샴 측이 내용증명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한 후 법률검토를 진행했으며 이 결과, 특허권·디자인권·창작적 표현 등에서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듣고 사은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069960)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압구정 본점에서 30만원 이상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사은품 제공행사를 진행했다. 백화점은 해당 사은품에 대해 인터넷 사이트(쿠폰북 코너)에서 `손끝에서 빛나는 자부심 프리미엄 트래블 백`이라고 소개하며 홍보했다.
그런데, 이 사은품이 프랑스 브랜드인 `롱샴`이 판매중인 제품과 여러면에서 흡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단, 두 제품의 기본적인 제품의 콘셉트가 같다.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완전히 접었다가 사용할 경우에는 간단히 조립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겉모습도 매우 비슷하다. 가방을 접었을 때의 모습이나 폈을 때의 모습은 쌍둥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손잡이 부분과 손잡이를 고정시키는 부분을 가죽(사은품은 인조가죽)으로 덧댄 모습과 가방 가장자리 부분을 마감한 부분까지도 두 제품은 닮아 있다.
원본 제품은 현재 유명 백화점 등에서 29만원에 팔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와 유사한 카피본을 사은행사를 통해 1000여개를 고객들에게 나눠줬다.
모 백화점에서 정품을 판매하고 있는 매장 직원은 "사은품이 정품과 닮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같은 제품처럼 보인다"며 "어떻게 국내 유명백화점에서 이런 가짜 제품을 버젓이 고객들에게 나눠줬는지 놀랍다"며 혀를 내둘렀다.
최근 현대백화점을 이용한 이 모씨(31세·주부)는 "백화점에 쇼핑을 갔다가 최근에 구입한 가방과 비슷한 제품을 사은품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30만원 가까이 주고 산 건데 짝퉁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이 제품을 카피 제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두 제품이 외형의 크기가 비슷한 것은 인정한다"며 "그렇지만 사용된 소재도 다르고, 일반적인 슈트케이스 형태를 띄고 있어서 롱샴 제품을 베낀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지난 11일 롱샴 본사의 국내 소비 패턴을 담당하는 리서치업체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아 이러한 사실을 알고는 있었다"며 "하지만, 법률 검토 후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사은품을 고객들에게 나눠줬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사은행사에 제공된 여행가방은 2년전 모 면세점에서도 사은품으로 제공됐었다"며 "가방 납품업체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여행가방 종류 중 하나라고 설명해 사은품으로 채택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롱샴측은 현대백화점의 사은품이 디자인과 기능 등을 도용, 자사 제품의 이미지를 실추했다고 판단해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몇 년전 롯데백화점이 국내 기업이 특허를 낸 제품의 모조품을 사은품으로 제공하다가 적발된 적이 있다. 해외 유명브랜드를 모방한 제품을 사은품으로 만들어 나눠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