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7.01.12 08:15:46
방 배 궁전아파트의 변신
배 짱 좋게 단지 리모델링
동 네 전체가 환해졌네!
[조선일보 제공] 파트를 다 허물지 않은 채 지하 주차장도 새로 파서 만들고, 복도식을 계단식으로 바꾸고, 평형도 늘리고…”
새해 들어 아파트 리모델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지 전체를 본격적으로 리모델링한 첫 아파트가 모습을 드러낸 데다,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에 대한 규제는 계속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부터 리모델링 가능 시점이 ‘준공 후 20년’에서 ‘준공 후 15년’으로 바뀌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단지가 크게 늘어났다. 사업 추진에 필요한 주민 동의도 100%에서 2003년에 80%로 낮아진 데 이어, 작년에 ‘3분의 2’로 완화됐다. 2005년부터는 개조 이전 평형이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25.7평 이하)이면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리모델링을 통해 집 넓이를 30%(전용면적 기준)까지 넓힐 수 있으며, ‘최대 9평’이라는 증축 상한선도 2005년 말부터 없어졌다.
지난 9일에는 국내 최초로 단지 전체를 리모델링한 아파트가 준공됐다. 쌍용건설이 ‘방배동궁전’을 골조만 남기고 헐어서 개조한 후 ‘쌍용 예가(藝家) 클래식’으로 이름을 바꾼 이 아파트는, 건물을 그대로 둔 채 지하주차장을 새로 파서 만들고 엘리베이터 운행도 지하까지 연장시켰다. 이례적인 공법이 입소문을 타면서, 준공식에는 서울 목동과 강남권의 많은 아파트 주민 대표들이 구경 왔다.
리모델링으로 이 아파트는 크게 변신했다. 엘리베이터를 증설해 기존의 복도식 아파트가 계단식으로 바뀌었고, 78대였던 주차 가능 대수는 207대로 늘었다. 기존 28평형은 35평형으로, 36평형은 45평형으로, 42평형은 53평형으로 각각 7~11평씩 집이 넓어졌다.
집값도 리모델링 이전보다 많이 올랐다는 분석이다.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3억7000만~5억9000만원에 거래되던 이 아파트가 개조 이후 35평형은 8억~9억원, 45평형은 11억원, 53평형은 14억원의 시세를 보이고 있다. 조합원 분담금이 35평형 1억원, 45평형 1억3000만원, 53평형 1억6000만원이었으므로, 분담금을 제외하고도 4억~7억원의 시세 차익이 가능해진 셈이다.
쌍용건설 최세영 홍보팀장은 “국민은행 시세 자료와 부동산 뱅크 자료를 종합해보니, 리모델링을 한 ‘예가 아파트’의 평당가가 재건축으로 신축된 인근 아파트보다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리모델링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에서만 30여 단지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이 중 행위허가(재건축의 사업승인에 해당)를 받은 단지는 쌍용건설이 시공하는 ‘당산동 평화’, ‘도곡동 동신’과 동부건설이 시공할 예정인 ‘잠원동 한신 13차’ 등 3곳.
전문가들은 리모델링을 추진하기에 앞서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보라고 조언한다.
박성중 서초구청장은 “소형평형 의무비율이나 개발이익 환수, 기반시설 부담금 등 재건축에 가해지는 각종 제약이 없다는 점이 리모델링의 장점으로 부각돼 재건축의 대안(代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추진 기간이나 공사기간이 짧고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다는 것도 리모델링의 장점.
반면, 지역 특성에 따라 리모델링이 큰 호재로 작용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점, 허물고 새로 짓는 게 아니라 일종의 ‘증축’ 형식이므로 원하는 평면을 구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등은 감안하라는 충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