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피터팬, 16일 한국 온다
by조선일보 기자
2006.10.09 08:27:41
[조선일보 제공]
네버랜드’(작품 ‘피터팬’의 공간적 무대)를 날아다니는 영원한 소년 피터팬이 100년 만에 독자를 네버랜드로 다시 초대한다. 한 세기 만에 나오는 ‘피터팬’의 공식 후속 작품으로, 출간 전부터 세계적인 관심을 끌어왔던 ‘돌아온 피터팬’(원제 Peter Pan in Scarlet)이 지난 5일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초판만 50만 권을 찍은 ‘돌아온 피터팬’은 곧바로 인터넷 서점 ‘아마존 영국’의 종합 베스트 셀러 5위, ‘아마존 미국’의 동화 부문 2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전 세계 30개 나라에서 34개 언어로 출간 예정이고, 한국어판은 오는 16일 김영사에서 나온다.
속편의 작가는 영국 소설가 제랄딘 매커린(McCaughrean·55). 지금까지 139편의 소설과 동화를 썼으며 영국의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인 휘트브레드상을 3회 수상한 인기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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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팬이 초록색 나뭇잎 옷을 벗었다. 후크 선장이 즐겨 입던 주홍색 해적선장 옷을 차지한 속편의 피터팬은 멋쟁이가 되어 보물찾기에 나선다. ‘돌아온 피터 팬’의 미국판 표지그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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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커린은 ‘피터팬’의 저작권을 갖고 있는 런던의 그레이트 오먼드 스트리트 아동병원이 2004년 실시한 작가 공모에서 20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공식 속편의 작가로 선발됐다. 이 병원은 1929년 원작자인 제임스 배리(Barrie)로부터 저작권을 기증받았으며, 병원의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해 유럽연합(EU)의 저작권 만료 시한인 2007년 말 이전에 속편을 내기 위해 준비해 왔다.
매커린은 5일 공식 발간 직후 가진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속편은 영국적인 스타일의 소설인데 한국이나 러시아의 반응이 어떨지 몰라 매우 흥분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배리의 원작에 충실하기 위해 피터팬을 여전히 제멋대로인 악동으로 등장시켰다”면서도 “그러나 전편에서 네버랜드 고아들의 어머니 역할을 했던 웬디가 적극적인 여성으로 변신하는 등 요즘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변화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관심을 끄는 후크 선장의 부활 여부에 대해서는 “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번 공식 속편과 미국 디즈니사에서 발간한 비공식 속편들 사이의 경쟁도 관심거리다. 2004년 공식 속편 발간 계획이 발표된 직후, 디즈니사는 ‘피터팬과 별잡이들’(Peter Pan and the Starcatchers)을 출간해 선수를 쳤고, 지난 7월 출간한 ‘피터와 숨은 도둑들’(Peter and the Shadow Thieves)은 두 달 사이에 35만부나 판매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지난 9월28일에는 30만 명의 중학생이 동시에 참가하는 ‘피터팬 속편 읽기 대회’를 열고, 이 대회를 ‘가장 많은 사람이 참여한 동시 낭독 세계 기록’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청서를 기네스 위원회에 보내기도 했다. 공식 속편을 출간한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는 7일 저자 사인이 들어간 양장본 한정 판매, 피터팬 아이스쇼단과의 만남, 저자 초청 낭독회를 준비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로 ‘미국 피터팬’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전편에 이어 속편의 무대도 네버랜드. 소설 속 시간은 웬디가 전편에서 네버랜드를 여행하고 돌아온 지 20년 후인 1926년이다. 엄마가 된 웬디와 네버랜드를 떠나 어른이 된 고아들의 꿈 속에 위기에 빠진 네버랜드가 나타난다. ‘웬디들’은 다시 한번 요정가루를 몸에 바르고 어린이가 되어 네버랜드로 날아간다. 피터팬과 소년들이 후크 선장이 생전에 숨겨놓은 보물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것이 속편의 주요 내용.
새로운 인물도 등장한다. 전편에서 악어에 먹힌 후크 선장 대신 새로운 악당 라벨로가 탄생한다. 후크 선장이 명문 이튼스쿨 학생이었지만 ‘쇼핑중독증’에 걸린 엄마로 인해 불행한 어린 시절을 겪다가 악당이 되었다는 설정이 눈길을 끈다. 요정 팅커벨이 퇴장하고, 파이어플라이어(Fireflier)가 피터팬과 소년들의 새로운 요정으로 나온다. 소설의 종반부에 다시 등장한 팅거벨과 뜨거운 사랑에 빠진다. 웬디와 함께 여행을 떠났던 마이클이 속편에서는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전사한 것으로 처리되며, 소년 투틀즈는 네버랜드에 가기 위해 소녀로 성전환을 한다. 소설은 신비에 싸였던 라벨로의 정체가 드러나며 깜짝 놀랄 결말로 끝맺는다.
‘피터팬’의 속편 발간을 계기로 명작 동화의 속편 제작과 번역 출간에 출판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속편 발간이 기대되는 작품으로는 콜로디의 ‘피노키오’, 스티븐슨의 ‘보물섬’, 버넷의 ‘세라 이야기(소공녀)’, 린드그렌의 ‘삐삐 롱스타킹’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돌아온 피터팬’에 이어, 이달 말 독일 소설가 랄프 이자우가 쓴 동화 ‘비밀의 도서관’(미하엘 엔데의 소설 ‘끝없는 이야기’의 속편)이 번역 출간된다.
독자의 가슴에 남은 많은 명작 소설들이 그간 속편으로 부활해 왔다. 요한나 슈피리의 ‘하이디’는 그녀의 소설을 영어로 번역했던 찰스 트리튼에 의해 1938년과 1939년 각각 ‘하이디 자라다’와 ‘하이디의 자녀들’이라는 속편으로 독자를 찾았다. 1912년 ‘키다리 아저씨’를 발표했던 진 웹스터는 속편 ‘디어 에너미’(Dear Enemy)에서 주디의 친구인 샐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기를 이어갔다.
성인 문학 중에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1993년 에마 테넌트에 의해 ‘팸벌리’(Pemberly)라는 제목의 속편으로 다시 선보였다. 영화 ‘카리브 해의 정사’의 원작 소설인 진 리스의 ‘넓은 사르가소 바다’(1966년)는 샬럿 브론테가 쓴 ‘제인 에어’의 속편이다.
▲1902년: 제임스 배리가 성인용으로 쓴 소설 ‘작고 하얀 새’에 처음으로 이름 등장.
▲1904년: ‘피터팬’이 연극으로 초연돼 큰 성공.
▲1906년: ‘작고 하얀 새’에서 피터팬 만을 따로 떼어낸 동화 ‘켄싱턴 공원의 피터팬’ 발표.
▲1912년: 런던 켄싱턴 공원에 피터팬 동상 건립
▲1953년: 디즈니사에서 만화영화 ‘피터팬’ 출시
▲1991년: 성인이 된 피터팬이 등장하는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후크’(Hook)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