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7.24 05:00:00
재정 조기집행 제도가 적잖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분기(1~3월)에 올해 연간 재정사업 조기집행 목표액 252조 9000억원 가운데 106조원을 조기집행했다. 재정 조기집행률은 41.9%로 1년 전(34.1%)보다 7.8%포인트나 높다. 상반기 실적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목표액은 164조 4000억원, 조기집행률 목표치는 65%나 된다. 하지만 경기의 ‘상고하저’(상반기 호황, 하반기 불황) 국면에서 이 같은 재정 운용은 경기 진폭을 키워 경제안정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조절 기능은 재정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경기가 좋을 때는 재정지출을 줄여 과열과 물가상승을 예방하고 반대로 경기가 나쁠 때는 지출을 늘려 경기 회복을 지원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성장률이 1.3%로 기대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2분기에는 성장률 급락이 우려되고 있고 3분기와 4분기 성장률도 0.5%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상고하저’ 국면에서는 재정사업을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배정해 경기 진폭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연간 집행할 주요 재정사업의 3분의 2 정도를 상반기에 몰아 썼기 때문에 정작 재정지출이 필요한 하반기에는 경기 대응력을 잃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의 재정 운용이 가야 할 방향과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올해뿐만이 아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4월 발표한 ‘재정 조기집행 제도의 경기안정화 효과 분석’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2개 연도(2002~2023년) 중 16개 연도를 ‘상저하고’로 전망하고 재정 조기집행을 가속화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16개 연도 중 7개 연도가 ‘상고하저’였다. 7번의 재정 조기집행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컸다는 뜻이다.
재정 조기집행은 경기가 ‘상저하고’(상반기 불황, 하반기 호황) 국면일 때는 매우 유용한 제도다. 그러나 ‘상고하저’ 국면일 때는 안 하는 것만 못하다. 관행화된 재정 조기집행이 재정자금 부족으로 한은 일시대출금 급증을 초래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정확한 경기 진단을 토대로 재정 조기집행 제도를 제한적으로 운용해 폐해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