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7.04 05:00:00
내수 부진이 갈수록 극심해지면서 하반기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재화소비가 15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하고 생산, 소비, 투자 등 경제 활동 3대 지표가 모두 악화하는 ‘트리플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수출이 호황임에도 제조업 체감경기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기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5월까지의 재화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지수가 1년 전보다 2.3% 감소했다. 1~5월 누적 기준으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에 3.1% 감소한 이후 15년 만에 최대폭 감소다. 소매판매는 지난 2년 중 20개월 동안 감소해 장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올 들어서도 지난 3월 이후 석 달 연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5월 산업활동 동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전산업 생산(-0.7%)과 소매판매(-0.2%), 설비투자(-4.1%)가 모두 감소해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가 재현됐다. 기업인들의 체감 경기도 얼어붙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3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는 전분기보다 큰 폭(-10포인트)으로 하락했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우리 경제는 지난 1분기만 해도 GDP가 전기 대비 1.3%의 고성장을 실현하면서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올 상반기에 수출이 1년 전보다 9.1% 늘었고 반도체 수출은 AI(인공지능)반도체 특수 바람을 타고 52%나 늘어 호황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곳곳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내수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고물가로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고 있는 데다 장기간의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정부는 어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반기 경제의 최대 과제는 수출 호전과 반도체 호황이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까지 낮아져 정책수단의 가용 범위가 넓어졌다. 강력한 내수 살리기 후속 대책들을 마련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