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의 첫 여성 대통령, 1년9개월만 불명예 퇴진…이유는

by김미영 기자
2024.02.11 10:08:03

2022년 5월 의회서 5년 임기로 선출
‘아동 성범죄 사면’ 논란 싸여
“제 실수로 많은 국민에 불안 안겨”
“상처받은 피해자들에 사과”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노바크 커털린(46) 헝가리 대통령이 아동 성범죄 공범을 사면했다가 국민적 공분을 받아 결국 사임했다. 취임 1년 9개월 만이다.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노바크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제 실수였다. 사면이 많은 국민에게 당혹감과 불안감을 안겼다”며 “오늘이 대통령으로서 연설하는 마지막 날”이라고 사임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4월 성범죄 관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남성을 사면한 사실이 이달 초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에 싸였다. 야권의 거센 사퇴 압력 속에 전날엔 수천 명이 대통령실 앞에 모여 사퇴 촉구 시위를 벌였다.

사면 받은 남성은 보육원 부원장으로 2004∼2016년 발생한 원장의 성범죄 피해자들을 상대로 입막음을 시도한 혐의로 2018년 3년 4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노바크 대통령은 사면 결정에 대해 “정당성이 부족해 소아성애에 대한 무관용 원칙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상처받은 분들과 제가 자신들 편에 서 있지 않다고 느꼈을 피해자들에게 사과한다. 저는 어린이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노바크 대통령은 가족부 장관으로 일하다가 2022년 5월 첫 여성이자 최연소 헝가리 대통령으로 5년 임기를 시작했다. 다만 헝가리 대통령은 한국과 달리 의회가 선출하는 직으로, 실권은 총리에게 있다.

한편 버르거 유디트 전 법무부 장관도 사면과 관련한 정치적 책임을 인정한다며 의원직을 사퇴하고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에도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노바크 커털린 헝가리 대통령(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