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 휴업 규제 폐지에 저평가 해소 기대까지…유통株 ‘들썩’

by박순엽 기자
2024.01.31 05:20:00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 폐지 발표 이후 롯데쇼핑 16%↑
이마트도 15% 올라…‘공휴일 영업’에 영업익 증가 전망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저 PBR 유통株 개선 기대감
“수익성 등 구조적 문제 해결 없인 단기 상승에 그쳐”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정부가 대형마트에 적용한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유통 관련 종목이 들썩이고 있다. 영업 제한 시간의 온라인 배송도 함께 허용하면 기업 실적이 개선되리란 전망에서다. 이와 함께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유통 종목의 저평가 해소 효과가 나타나리란 기대도 주가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일요일인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롯데쇼핑(023530)은 전 거래일 대비 500원(0.63%) 오른 7만9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 폐지 방안 등이 발표된 지난 22일과 비교해 16.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05%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 추이보다 큰 폭으로 오른 셈이다. 그 사이 이마트(139480)와 GS리테일(007070)도 각각 14.58%, 3.00% 상승했다.

유통 종목들의 주가 강세는 정부가 대형마트에 적용했던 각종 규제를 폐지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데서 비롯했다는 평가다. 앞서 정부는 지난 22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 폐지, 영업 제한 시간 온라인 배송 허용 등을 추진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증권가에선 정부 발표로 대형마트의 공휴일 영업 가능성이 커진 만큼 실적 개선 효과가 두드러지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전국 매장의 의무휴업일이 모두 평일로 전환됐을 때를 가정해 이마트는 매출액 3000억원, 영업이익 78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쇼핑의 경우엔 매출액 1000억원과 영업이익 250억원이 늘어나리라고 내다봤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공식적인 발언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개정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변경하는 움직임을 촉진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슈퍼 중에서도 일부 대형 점포는 대형마트와 같은 규제를 받아 왔기에 지방자치단체의 휴무일 변경 시 이마트·롯데쇼핑의 슈퍼 사업부 이익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가 시행하려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낮은 평가를 받던 유통 종목이 빛을 보리란 기대감도 주가 강세의 요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상장사 주요 투자지표를 시가총액, 업종별로 비교 공시하고 상장사의 기업가치 개선계획을 공표 권고하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시장에선 지난해 이와 비슷한 정책을 시행한 일본이 저 PBR 기업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점에 주목하면서 저 PBR 종목이 비교적 많은 유통 종목을 두고 기대가 커지는 모습이다.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정부 움직임이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자산의 효율적 배치·활용 등을 이끌어내며 유통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효과를 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통 종목은 유형자산 규모는 크지만, 구조적으로 밸류에이션 상단이 제한적인 산업이라는 점에서 저평가 받아 왔다”며 “전반적으로 주가가 낮게 형성돼 있고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유통 섹터의 투자심리가 우려에서 기대로 전환되며 저평가 매력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유통 종목의 주가 상승세가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 종목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낮은 평가를 받게 된 이유가 외형 성장이 구조적으로 둔화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는 흐름을 보여왔기 때문이라는 게 그 근거다. 수익성·재무 건전성 등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는 게 우선 필요하다는 얘기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낮은 PBR이 오르기 위해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올라야 한다”며 “저 PBR 종목들의 가치를 올리려는 방안들이 앞으로 어떻게 구체화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이고, 이 역시 실제 기업들의 행동까지 연결되지 못하면 큰 의미가 있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