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천문학적 벌금 철퇴…'주가조작하면 끝장' 인식 심어

by이용성 기자
2023.10.11 06:00:00

FCA, ''무제한 벌금''에 광범위한 정보 수집권
금융사 기업들도 ''의심 거래'' 적발에 동참
韓 주가조작 막으려면…"처벌 수준 끌어올려야"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런던(영국)=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영국에서 주가조작이요? 누가 영국의 금융시장에서 그런 ‘나쁜 거래’를 떠올릴까요. 시도할 수도 없고, 설사 성공한다고 해도 결과가 끔찍합니다.”

영국 런던 로열 랭거스티 호텔에서 만난 해외 투자자들은 주가조직 사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모두 손사래를 쳤다. 영국에서는 주가조작 사례가 ‘0’이라서다. 국내에서는 올해에만 이미 두 차례 증시를 공포에 몰아넣었고, 일부 종목의 주가가 순식간에 하락하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가조작을 의심하는 얘기가 쏟아지지만 영국에서는 주가조작을 떠올리지도 못한다고 한다. 이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법과 제도가 주가조작으로 이득을 취할 마음이 들지 않도록 할 정도로 강력하기 때문이다.

먼저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에는 주가조작 세력을 빠르게 검거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부여된다. FCA는 사건 관계자가 아니라도 강제출석을 요구할 수 있는 광범위한 조사권과 정보 수집권, 형사기소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무제한’인 벌금 제재는 영국 금융당국의 자랑이다. 무엇보다 영국은 주가조작 세력뿐만 아니라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사와 각 기업에도 주가조작 등을 감시할 책임을 지우고 이를 어길 시 벌금 등으로 처벌하며 시장 감시체제를 갖추고 있다. 시세조종이나 내부자거래 등에 대해 금융회사나 각 기업은 이상거래가 발생 시 FCA에 의심거래 리포트를 신속히 내야 한다. FCA의 공식 문건(Opinion letter)이 나오기 전에 리포트를 제출하면 시정 조치를 통해 막대한 벌금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미리 ‘자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이처럼 금융당국의 권한을 강화하는 한편,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시장 감시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금융당국과 검찰이 합심해 국내 자본시장에서 불공정 거래를 뿌리 뽑겠다고 천명했다. 다만, 갈길은 아직 멀다.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이른바 ‘주가조작 패가망신법’은 3대 불공정거래(미공개정보이용·부정거래·시세교란) 사범에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영국에서는 불공정 거래가 ‘한번 걸리면 끝이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금전적 제재로 파산에 이르러 재기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라며 “비교적 제재와 처벌이 약한 한국의 처벌 수준을 끌어올려 금융범죄가 중대한 사안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