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고용 기대에 장 막판 반등…파월發 공포는 여전
by김정남 기자
2022.09.02 06:13:46
고용 기대에 3대지수 장 막판 급등
''파월 쇼크'' 딛고 5거래일만에 혼조
다만 금리 폭등 탓 장중 내내 약세
달러화 20년래 최고…시장 공포감↑
비트코인, 지지선 2만달러대 뚫려
월가 대가 "최악 아직 오지 않았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파월 쇼크’ 여진이 지속하면서 혼조 마감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고용보고서 기대감에 장 막판 폭등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약세 압력이 더 강했다. 올해 6월 중순부터 이어진 ‘서머 랠리’는 일시적이었다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1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번달(9월) 첫 거래일인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46% 상승한 3만1656.42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30% 오른 3966.85를 기록했다. 다우 지수와 S&P 지수는 장중 내내 하락하다가 장 막판 급등하며 상승 마감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26% 떨어진 1만1785.13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지수 역시 장 막판 낙폭을 줄였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1.15% 하락했다.
장 초반부터 내내 약세를 면치 못했던 3대 지수가 장 막판 반등한 것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고용보고서 기대감 때문이다. 이는 이번달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나오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를 보면, 지난달(8월) 비농업 고용은 31만8000개 늘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업률 전망치는 3.5%로 전월과 같을 것으로 보인다. CNBC는 “지난달 고용보고서는 뜨거울 것”이라고 점치기도 했다.
실제 이날 나온 또다른 고용 지표는 호조를 보였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2000건으로 나타났다. 전주 대비 5000건 줄었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최근 3주 연속 감소세다. 지난달 고용 보고서의 내용에 따라 증시는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날 시장은 장중 내내 약세 압력이 지배했다. 무엇보다 시장금리가 치솟으면서 증시 투심을 짓눌렀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3.551%까지 치솟았다. 2011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다. 10년물의 경우 3.297%까지 뛰었다.
달러화 역시 마찬가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장중 109.98까지 폭등했다. 2002년 이후 20년간 볼 수 없었던 레벨이다. 세계 경제가 일제히 흔들리자 초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돈이 몰리는 것이다. 달러화 초강세는 미국 수입물가를 낮춰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킹달러’를 용인하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의 해외 매출액을 달러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실적 규모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증시에는 악재로 꼽힌다.
월가에서는 이미 6월 중순 이후 두달 남짓 이어진 ‘서머 랠리’는 끝났다는데 기울어 있다. 더 나아가 조만간 6월 중순 당시 연저점을 밑돌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를테면 S&P 지수는 6월 16일 당시 3666.77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했다. S&P 지수는 현재 3900 초중반 레벨인데, 3900선을 1차 지지선으로 보는 시장 인사들이 적지 않다. 3900선이 붕괴하면 하락세는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소피의 리즈 영 투자전략 헤드는 “증시가 (올해 6월에 있었던) 저점을 다시 테스트한다면 그런 일은 이번달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월가의 투자 대가로 꼽히는 제러미 그랜섬 GMO 회장은 “이번 서머 랠리는 전형적인 약세장 랠리(약세장 속 일시적인 상승)에 부합한다”며 “증시 ‘슈퍼 버블’은 터지지 않았고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가상자산 시장도 충격을 받았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자산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의 가격은 24시간 내 장중 1만9653.97달러까지 떨어졌다.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2만달러선이 최근 들어 자주 뚫리는 모습이다.
이날 나온 미국 제조업 업황은 다소 부진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는 51.5로 전월(52.2) 대비 0.7포인트 떨어졌다.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7월 이후 2년1개월 만의 최저치다. 팬데믹 초기 봉쇄 시기를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이후 가장 낮다고 S&P 글로벌은 전했다. 지난달 지표는 아직 50 이상 확장 국면에 있기는 하지만 위축 직전에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이날 내놓은 또다른 PMI 역시 비슷했다. ISM의 지난달 제조업 PMI는 52.8로 전월과 같았다. 7월 당시 2020년 6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는데, 부진을 이어간 셈이다.
미국장보다 빨리 마감하는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와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각각 1.60%, 1.48% 떨어졌다.
국제유가는 중국의 새로운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3거래일째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3.3% 내린 배럴당 86.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중국이 또 경제 봉쇄에 나서면서 수요 감소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서부 쓰촨성의 성도인 청두시에 대해 이날부터 오는 4일까지 외출 금지 등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