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원 싼 '블프' TV…"AS·환불 등 유의해야"
by신중섭 기자
2021.11.13 09:00:00
국내 1000만원대 TV가 600만원대 판매
AS 불이익에 일부 기능 미지원…환불도 복잡
직구 소비자 상담 중 IT·가전 부문 최다
관부가세·국제배송료 등 추가비용도 감안해야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를 비롯한 가전 업체들이 미국 최대 쇼핑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 등 연말 대목을 맞아 현지에서 대대적인 할인 행사에 들어갔다. 이 시기 해외직구 제품과 국내 구매 제품의 가격 차이와 직구 시 주의점 등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관부세가(관세+부가세)와 배송비 등 추가 비용, 제품별 A/S(고객 서비스) 및 환불 절차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현지 유통 업체들과 가전 제조사들은 26일(현지시간) 블랙 프라이데이를 비롯한 연말 쇼핑 대목을 앞두고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의 추수감사절 이튿날인 11월 넷째 금요일을 일컫는 말로, 미국의 연말 쇼핑시즌을 알리는 시점이자 연중 최대의 쇼핑이 이뤄지는 날이다. 가전 제조사들도 이 시기를 전후로 연말 대규모 할인을 진행해 재고 처분에 나선다.
북미 대형 유통 업체 ‘베스트 바이’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해 내놓은 신제품 TV인 ‘네오 QLED’ 4K UHD TV(QN84A) 75인치 제품은 기존 2799.99달러(약 330만원)에서 1899.99달러(약 224만원)로 900달러(106만원)를 할인해 판매되고 있다. 동일 사양으로 추정되는 국내 판매 제품의 경우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유통업체 최저가 기준으로도 300만원 이상으로 최소 100만원 이상 가격 차가 난다.
기존 8999.99달러(1062만원)인 85인치 네오 QLED 8K(QN900A)는 무려 3000달러(354만원) 내린 5499.99달러(649만원)에 내놨지만 현재는 품절돼 당분간 주문이 불가한 상황이다. 이 제품의 경우 비슷한 제품이 국내 유통 업체에선 1500만원 이상에 판매되고 있다.
LG전자의 프리미엄 라인업 TV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올레드 TV(클래스 C1 4K UHD 기준)’는 83인치 제품의 경우 5499.99달러(약 648만원)에서 500달러(59만원) 내린 4999.99달러(약 589만원)에 판매 중이며, 77인치는 3299.99달러(약 388만원)에서 2899.99달러(약 341만원)에, 65인치는 300달러(35만원) 할인한 1799.99달러(약 212만원)에 판매 중이다. 국내에선 최저가 기준 83인치 제품이 900만원 전후, 77인치 500만원 안팎, 65인치는 200~300만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가전제품의 할인 폭이 크다 보니 이 시기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 기업임에도 소비자들이 해외 제품을 주문하는 ‘역(逆)직구’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전제품 해외 직구 건수는 1034만1000건으로 4년 전보다 9배가량 늘었다.
다만 직구를 할 경우 가격 할인 폭 외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은 많다. 구매 비용 측면에선 관부가세와 국제 배송료, 경우에 따라선 배송대행업체 이용료까지 추가로 발생하는 만큼 이러한 금액까지 계산한 후 구매에 나서는 게 좋다.
국내 판매 제품과 달리 A/S(고객 서비스)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는 모두 국제 보증(인터내셔널 워런티)을 적용하고 있지 않다. 삼성전자서비스에 따르면 ‘해외향 TV’(해외에서 판매되는 제품)를 한국에서 사용하던 중 제품의 결함 또는 하자 발생 시 한국의 품질보증 조건 및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적용받을 수 없다. 다만, 한국에서 수리 가능한 경우에는 판매 국가의 보증 기간(미국에서 구입한 경우 미국 보증기간 적용)을 적용해 수리를 받을 수 있는데, 북미의 보증기간은 1년으로 국내보다 1년 짧다. 제품 구매 영수증과 송장을 보유해야 하는 등 절차도 다소 복잡하다.
LG전자는 국내의 경우 패널은 구매 후 2년 이내 무상 서비스가 제공되는 데 반해 해외 구입 TV는 구매 영수증과 송장 보관 시에 한해 ‘1년’ 이내만 무상 서비스가 제공된다. 더욱이 2019년형부터 해외 직구 TV는 한국어와 로컬 변경을 지원하지 않는다. 일부 인공지능(AI) 기능 역시 지원하지 않는다.
취소·교환·환불 문제도 많다. 특히 수개월 만에 TV를 배송받았으나 제품이 파손돼 이를 교환·환불을 하는 데만 또 다시 수개월을 보내야 하는 사례들이 적잖게 발생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해외 온라인 쇼핑몰 5곳(아마존·알리익스프레스·아이허브·이베이·큐텐)과 관련해 2018~2020년 접수된 소비자 상담이 691건에 달한다. 품목별로는 IT·가전 관련 상담이 43.4%를 차지해 가장 많았으며, 상담 이유로는 취소·환불·교환 지연 및 거부(27.6%), 배송 관련 불만(25.5%), 제품 하자 및 품질·AS 미흡(24.0%) 등의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가격만 놓고 보자면 블프 시즌의 직구 제품이 저렴한 게 맞다”면서도 “세금과 운송료 등 추가 비용을 더하고 A/S 불이익과 교환·환불 리스크까지 고려한 뒤 국내 판매 가격과 비교하는 게 옳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