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빚 1000조, 나랏돈 풀어야…전국민 지원 후 부유층 환수"

by최훈길 기자
2021.11.10 07:02:00

[만났습니다]이재명 캠프 하준경 한양대 교수 ①
"재난지원금, 보편지원한 뒤 선별환수 하자"
"차기정부 적극재정하되 균형잡힌 정책 필요"
"기재부 예산 권한 너무 많아, 조직분리 검토"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원다연 기자]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고, 고소득층은 환수했으면 합니다.”

이재명 대선캠프 전환적 공정 성장 전략위원장을 맡은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4일 경기 안산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왜 수 천만원 씩 보너스 받는 사람까지 재난지원금을 줍니까`라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논쟁이 불거지는 가운데 이재명 캠프 내에서도 고소득층을 뺀 선별 지원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선(先) 보편지원, 후(後) 선별환수를 하자”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후에) 돈이 많은 사람들은 나중에 세금으로 환수하면 된다”고 말했다. △1969년 전북 전주 출생 △서울대 경제학 학사·석사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과장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학회 편집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이재명 대선캠프 전환적 공정 성장 전략위원회 위원장(현). (사진=이영훈 기자)


하 교수는 ‘전환적 공정 성장’이라는 이재명 후보의 제1공약을 설계하는데 참여한 경제학자다. 그는 적극적 재정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무분별한 ‘퍼주기’를 경계하는 합리적인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 한국은행, 한국금융연구원, 국민경제자문회의 등을 거치면서 거시경제를 깊이 고민해왔다.

무엇보다도 하 교수는 코로나19 시대에 국가가 제 역할을 하되, 시장에 미칠 파장도 보는 균형 잡힌 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차기정부에서도 적극적인 재정 역할이 필요하다”면서도 “재정을 쓸 때 금융시장이 얼마나 소화할 수 있는지 등을 보고 거시경제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여러 부작용이 많이 부각되면서 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혁신성장은 옳은 방향이고, 현 정부가 노력을 했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 혁신은 경제가 역동적으로 움직여 새로운 우리 기업이 잇따라 생겨나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 대부분이 외국자본으로 된 것이다. 새로운 기업을 키울 국내 환경이 아직 안 갖춰진 점에서 아쉽다. △그런 면이 없지 않다. 한국의 구조적 문제, 저금리 여파도 있어 모두 문재인 정부 책임이라고 할 순 없지만, 아쉽다. 근본적 개혁보다는 지지율을 보면서 정책이 추진됐다. 금융규제도 세제도 핀셋대책으로 갔다. 공급도 사람들의 기대를 확 바꾸는 수준이 안 됐다. 결국 땜질식 처방이 많았다. 부동산 세제만 봐도 너무 복잡해서 전문가들도 모를 정도가 됐다.

△‘사회의 많은 문제가 저성장에서 비롯됐다’는 게 이재명 후보의 문제의식이다. 젊은 사람들이 저성장 피해를 가장 많이 입고 있다. 현 시대의 중요한 가치인 공정을 이루려면 성장을 해야 한다. 저성장과 지대추구의 악순환을 끊고 지속가능한 성장 경로로 전환해야 한다. 경로 전환의 중요한 아이템이 디지털 전환과 에너지 전환이다. 이 전환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가 생긴다. 공정하게 전환을 해야 한다. 따라서 전환·공정·성장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같이 가야 한다.

△전환적 공정성장은 한국판 뉴딜(디지털·그린뉴딜)을 보강하는 것이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 더 보편적으로, 조금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지식·기술·사람 투자를 보강할 것이다. △국가주도나 국가선도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마중물이 돼 민간이 들어오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지금은 기술전환·불확실성의 시대다. 정부의 역할, 투자가 중요하다. 박정희 대통령 당시 경부고속도로 건설처럼 정부가 에너지·디지털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 인프라·규제 정비, 인력 양성, 피해 지원, 갈등 조정도 필요하다. 시장에만 맡기면, 이런 일들이 완벽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적극적인 재정 역할이 필요하다. 일반 가계 대출은 13% 가량 증가했는데, 자영업자 빚은 20% 넘게 증가해 988조원에 달한다.(KDI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88조5000억원으로, 2019년 12월 말보다 173조3000억원 늘어나 증가율이 21.3%를 기록했다.) 빚을 떠안은 소상공인들에 대한 피해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재난지원금도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적었다. 전 국민에게 50만원 씩 더 줄 여력이 있다.



이재명 대선캠프 전환적 공정 성장 전략위원장을 맡은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재부가 예산권을 너무 많이 갖고 있다”며 정부조직개편을 예고했다. (사진=이영훈 기자)
△막 쓰자는 건 아니다. 적극 재정은 경제를 선순환 하는 범위 내에서 재정을 쓰는 것이다. 정부가 너무 안 쓰면 그 돈이 생산적인 곳에 쓰일 것이란 보장이 없다. 다만 재정을 쓸 때 금융시장이 얼마나 소화할 수 있는지 등을 보고 거시경제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아야 한다. 해외에 갚을 돈보다 받을 돈이 많은 순대외채권국 상황도 유지해야 한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나중에 세금으로 환수하면 된다. 종합소득세법을 개정해 지원금 받은 만큼 고소득층에서 환수하면 된다. 미국, 유럽처럼 선(先) 보편지원, 후(後) 선별환수를 하자. 보편지원으로 신속하게 사각지대 없이 주고, 나중에 선별하자는 것이다.

△기재부 주장대로 국가재정법을 개정하기보다는 현행 법을 잘 활용했으면 한다. 이미 현 국가재정법에 매우 좋은 재정준칙이 포함돼 있다. 유럽에서도 숫자로 재정준칙을 명시한 것을 폐기하자는 논의가 많다. △확정된 정부조직개편안은 없다. 기재부가 예산권을 너무 많이 갖고 있다는데 문제의식이 많다. 예산 기능을 대통령이나 총리 산하에 두는 방안 등 여러 방안이 있다.

.

△세율의 전반적인 체계를 세제개혁 측면에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증세는 인기 있는 수단이 아니다. 경제성장을 촉진해 소득, 세수가 늘어나는 게 주된 방법이다. 세율 인상은 교정적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 있지만, 그걸 앞세울 상황은 아니다.

△제일 큰 재원은 금융이다. 금융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가계부채 2000조원 중 상당 부분이 부동산 때문이다. 그 엄청난 자금이 땅에 묶여 있는 것이다. 이 자금을 새로운 기업을 만드는 쪽으로 돌려야 한다. 생산적인 곳으로 돈이 돌게 인센티브 구조를 잘 설계해야 한다.

△산업정책 차원에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국가전략 차원에서 대비해야 한다. 구체적인 몇 백개 정책이 있다. 기업과 관계되는 분야라 지금은 쉽게 얘기하기 어렵다.

△인구 구조를 안정화 시키려면 경제가 잘 굴러가야 한다. 성장률이 제로로 가고, 고령화가 심화하면 한국 사회가 어떻게 될지 진짜 걱정이 된다. 지금은 이 흐름을 전환하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한 시기다. 이때 어떤 리더십을 헤쳐나가야 할지, 우리 사회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