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증시 고점론에 델타 공포까지…다우, 9개월래 최대 낙폭

by김정남 기자
2021.07.20 06:12:03

델타 변이發 성장 우려 불거진 금융시장
항공, 에너지, 금융 등 경기민감주 급락
국채금리 1.2% 아래로…안전 선호 우위
원유 수요 감소 우려에 WTI 7.5% 폭락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 청사가 마스크를 착용한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신화/연합뉴스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금융시장 내 위험자산 전반의 고점론이 불거진 와중에 델타 변이 공포가 덮치면서, 안전자산 쪽으로 자금이 급격히 옮겨갔다.

19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09% 하락한 3만3962.04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28일(-3.43%) 이후 거의 9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장중 한때 900포인트 이상 빠졌다.

대형주를 모아놓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59% 내린 4258.49에 마감했다. 지난 5월12일(-2.14%)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06% 빠진 1만4274.98을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최근 5거래일 연속 내림세다. 지난해 10월 13~19일 5거래일 연속 빠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주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각각 0.52%, 0.97%, 1.87% 내리며 4주 만에 일제히 하락 전환했는데, 이번주 첫 거래일부터 일제히 2% 안팎 급락했다. 이와 함께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이날 1.50% 하락한 2130.68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 증시가 약세를 보인 건 최근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고점론이 힘을 받던 와중에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18일로 끝난 일주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약 2만6000명으로 나타났다. 한 달 전 당시 1만1000명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로셸 월런스키 CDC 국장은 “코로나19 재확산은 백신 미접종자들의 팬데믹”이라고 경고했다.

경기민감주가 특히 급락했다. 대표 항공주인 델타항공 주가는 3.74% 하락한 38.56달러를 기록했다. 보잉의 경우 4.94% 빠졌다. 에너지주인 셰브런과 엑손모빌 주가는 각각 2.70%, 3.44% 내렸다. JP모건체이스(-3.25%), 뱅크오브아메리카(-2.61%), 골드만삭스(-2.76%) 등 대표 금융주 역시 약세를 보였다.

기술주는 그나마 낙폭이 작았지만, 하락장의 여파를 피하지는 못했다. 대장주인 애플 주가는 2.69% 내린 142.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주가는 각각 1.33%, 0.67% 내렸다. 다만 테슬라의 경우 0.31% 올랐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CNBC에 나와 “성장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며 “모든 자산에서 (이런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증시에서 빠져나온 돈은 대부분 미국 국채로 몰려갔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줄곧 1.2% 아래에서 움직였다(국채가격 상승). 장중 1.174%까지 내렸다. 올해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기 우려가 번지면서 초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쪽으로 자금이 이동한 셈이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애널리스트는 “전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사기 위해 위험자산을 전방위적으로 팔고 있다”며 “모든 자산들이 이미 고점을 지난 만큼 지금은 단기적으로 위험자산을 보유하는 게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증시 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국제유가가 7% 이상 폭락한 것도 이와 직결돼 있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7.5% 내린 66.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5월28일 배럴당 66.32달러 이후 2개월 만의 최저치다. 하루 낙폭은 지난해 9월 초 이후 거의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원유는 대표적인 위험자산 중 하나로 꼽힌다.

미·중 관계는 날로 악화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마이크로소프트(MS) 이메일 해킹을 비롯한 각종 사이버 공격을 중국 소행으로 규정하며 맹공을 가했다.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이메일 서버 소프트웨어 ‘익스체인지’를 겨냥한 해킹 공격 배후로 중국 국가안전부와백악관은 “사이버공간에서 중국이 보이는 무책임한 행위는 세계에서 책임 있는 리더가 되겠다는 중국의 목표와 모순된다”고 했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21.95% 급등한 22.50을 기록했다. 지난 5월 이후 최고치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떨어졌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34% 내린 6844.39에 마감했다. 이날 영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등 방역 규제를 대거 풀었는데, 시장은 오히려 팬데믹 공포가 점증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2.62%,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2.54% 각각 하락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는 2.66% 떨어진 3298.53을 기록했다.